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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산책-29

관중 Dryopteris crassirhizoma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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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정원에는

크고 작은 관중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단 가에는

작은 괭이밥 친구들과

기차놀이를 하는

관중도 보였습니다.


어릴 적 긴 줄을 묶어

몇 명이 함께 그 안에 들어가

줄을 잡고 '칙 칙 폭 폭' 하면서

보조를 맞춰 움직이던 기차놀이.

기차 놀인데 왜 '칙 칙 폭 폭' 소리를 내는지 모르는

지금 아이들도 그런 놀이를 알까요?


아니면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에

산책하러 나온 풍경 같기도 합니다.


여름 아침의 풀밭엔

한낮의 더위를 견딜 힘을 주는

초록색 풀잎 치어리더들의

싱그런 응원이 있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라고 반복적으로 노래하는

이준관 시인의 시처럼

풀잎을

저도 사랑합니다.




풀잎/ 이준관


나는

풀잎을 사랑한다.

뿌리까지 뽑으려는

바람의 기세에도

눈썹 치켜올리는

그 서릿발같은 마음 하나로

참고 버티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빗물에 휩쓸려간 자국도

푸르게 메워내고

겨울에 얼어죽는 부분도

입김을 불어넣고

뺨을 비벼주어

다시 푸르게 살려내는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이면 이슬을 뿜어 올려

그 이슬 속을

새소리 왁자하게 밀려나오게 하고

착하디착한 햇빛을 받으러

하늘로

올려보는 조그만 손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가만히 허리를 일으켜 세워주면

날아가고 싶어

날아가고 싶어

바람에 온 몸을 문질러 보는

초록빛 새


풀잎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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