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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산책-28

석잠풀 Stachys riederi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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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에 제가 사진에 담기를 좋아하는 풀꽃

석잠풀 꽃을 만났습니다.


오래전

제가 일하던 연구소 산책길에서 처음 만나

매년 여름이 되면

그 아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사라지고

그곳에서는 만날 수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홍천의 정원에서 만났습니다.

그것도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것을.

곧게 뻗은 각진 꽃대에

층층이 피어나는 작은 꽃이

화려하거나 아주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풀밭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훤칠한 모습은

사진의 모델로는 단연 돋보입니다.


석잠풀의 학명은 Stachys riederi Cham. var. japonica

속명인 스타키스 (Stachys)는 꿀풀과 석잠풀 속 식물의 총칭이며

'귀' 또는 '이삭'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소명 리에데리(riederi)는 러시아의 캄차카반도에서

처음으로 이 식물을 채집한 독일 사람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한자어로 석잠(石蠶)은 ‘돌누에’라는 뜻입니다.

날도래라고 하는 곤충의 애벌레를

’물여우’라고 합니다.

이 곤충의 애벌레는

입에서 실을 뽑아 누에고치 모양의 원통 집을 짓기 때문에

석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석잠풀의 덩이뿌리가

석잠을 닮았다고 석잠풀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민간에서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누게 하는 이뇨제로 사용했으며,

한방에서는 초석잠(草石蠶)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아마 곤충 석잠도 같은 약효가 있었기 때문에

풀석잠이라 구별했나 봅니다.

이것이 석잠풀로 바뀌게 된 샘이죠.


석잠풀은 독성이 없음으로

덩이뿌리로 장아찌를 담가서

반찬으로 먹을 수 있으며,

잎은 녹즙이나 차로도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을 의연하게 마주하는

석잠풀의 모습에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8월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석잠풀/ 김승기

세 번의 잠을 자야만
누에가 고치를 만들 수 있듯이
일생을 살면서
아름다운 꽃 피우는
세 번의 기회는 온다는데

돌아보면
죽을 고비만 세 번을 넘기면서
꽃 피울 행운은 있었던가

갑작스런 사고
겨우 목숨 건진 전신마비
생의 마지막 고비 넘긴 것인가

가을은 깊어 가는데
언제쯤 온전히 일어서서
찬란하게 불꽃 한 번 밝힐 수 있을까

아직 오지 않은 기회 남아 있을까
붙잡을 수는 있을까
이미 지나버린 것 아닐까

네모지게 꼿꼿이 허리 세우고
마디마디 층층으로 꽃 피우는 그대
멍하니 얼굴 바라보고 있지만,
검게 타는 가슴엔
툭 툭
낙엽이 떨어진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600s, ISO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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