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원 산책-30

부처꽃 Lythrum anceps

by 박용기

여름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꽃 중에는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로

바람에 여유롭게 리듬을 타는

홍자색의 부처꽃이 있습니다.


연꽃이나 수련 사진을 찍으러 가면

연못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기도 합니다.

이 꽃도 연꽃 사진을 찍으러 간

동네의 유림공원 연못가에 핀 꽃입니다.


부처를 닮은 건 아닌데

왜 부처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부처꽃은 우리의 토종 야생 풀꽃입니다.

주로 습지에서 자라는 여름꽃입니다.


음력 7월 15일은 백중이라고 불리는 날입니다.

이 무렵에 백가지 곡식 종자를 갖추어 놓았다 하여

백종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이날 불가에서는 우란분회 공양을 하는 풍속이 있다고 합니다.

우란분회(盂蘭盆會)란

지옥과 아귀보를 받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베풀어지는 불교의례 및 법회를 뜻합니다.


전하는 바로는 이 백중날에

승려들이 불전에 제를 올리면서

부처님께 바쳤던 꽃이 바로 이 꽃이어서

부처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부처꽃'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이 꽃을

'웃음소리가 새소리 같은 꽃'이라 말합니다.


저는 아직 수양이 덜 되어

부처꽃 웃음소리가

새소리처럼 들리지는 않지만,

시인이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못나고도 아름다운 꽃'처럼

사진에 담아보려 했습니다.


올해의 백중날은 8월 30일입니다.

이날은 8월에 두 번째로 보름달이 뜹니다.
양력으로 같은 달에 두 번째로 뜨는 달을

서양사람들은 blue moon이라 부릅니다.

더욱이 이날은 아주 큰 수퍼문이기도 합니다.


Blue moon에 super moon이 뜨는

8월 30일 백중날을 기대하며

무더운 8월을

부처꽃과 함께

도 닦는 기분으로 이겨내도록 합니다.




부처꽃/ 정호승


얼마나 부처님을 그리워했으면

얼마나 부처님을 사모했으면

얼마나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싶었으면

아침마다 꽃으로 피어나 아름다운가

세상에서 가장 못나고도 아름다운 꽃

향기가 없으면서도 가장 향기로운 꽃

나를 미워하면서도 가장 사랑하는 꽃

세상에 소리 내어 웃는 꽃은 없으나

웃음소리가 새소리 같은 꽃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180mm, ƒ/3.5, 1/400s, ISO 100


#정원_산책 #부처꽃 #백중날 #부처님께_공양하는_꽃 #8월_30일 #2023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발코니 가든에 핀 꽃-2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