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해 타고 가던 배에서 찍은 천사대교
둘째 날
우리는 섬티아고라고 부르는 12 사도 순례길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곳에 가려면
우리 숙소가 있는 자은도에서 다시 천사대교를 건너
송공항 선착장으로 가서
진섬, 소악도, 소기점도 및 대기점도까지 가는 배를 타고 가야 합니다.
날이 너무 더워
3~4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전 코스를
걸어서 둘러볼 수는 없을 것 같아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에 가는 배는 차를 실을 수 있는 페리호입니다.
그런데 출발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가 차를 배에 싣는 사이
아내와 외손녀는 걸어서 배를 타다
이끼가 낀 비탈에서 미끄러져
외손녀가 무릎을 많이 다치고 말았습니다.
그곳이 위험지역이었는지
다른 남자 승객도 넘어져 피가 나고 있었습니다.
일단 배는 출발했지만
배에는 외손녀의 상처를 치료할 비상약도 없는 상황.
바지도 이끼와 진흙이 묻어 엉망이고.....
다행히 내 가방 속에
상처에 바르는 연고와 밴드가 들어있어
깨끗이 씻은 후
응급조치는 할 수 있었습니다.
바지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급하게 빨아
젖은 채로 다시 입기로 했습니다.
많이 아팠을 것 같아
아내와 나는 걱정이 많았지만
의외로 침착하고 의연하게 참아내는 외손녀를 보며
'참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는데
그 정도로 다친 게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쩌면 이 사고로
이 여행을 오랫동안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10 유다 다대오의 집(칭찬의 집) 11 시몬의 집(사랑의 집) 12 가롯 유다의 집(지혜의 집) 9 작은 야고보의 집(소원의 집)
순례길은 4개의 섬을 따라가는 총 12 ㎞로
곳곳에 예수님의 12 제자들의 이름이 붙여진
작은 예배당 12개가 있습니다.
국내외 건축가와 미술작가들이 건립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순례길을 다 보려면 4개의 섬을 연결하는
노둣길을 건너야 하는데,
물때가 아주 중요합니다.
밀물시간 전후로 2시간 정도는
길이 물에 잠겨 건널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밀물이 오후 4시 근처여서
우리는 소악도에서 내려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순서는 대기점도에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물때에 따라서는
거꾸로 소악도가 기점이 되기도 합니다.
소악도 선착장에서 내리면
사실은 그곳은 진섬이라는 작은 섬입니다.
맨 먼저 하얀 집에 4개의 지붕이 뾰족뾰족한
10번 칭찬의 집(유다 다대오)을 만났습니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이곳에서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11번 시몬의 집(사랑의 집)이 있고
여기에서 백사장을 건너 작은 딴섬에 가면
12번 가롯 유다의 집(지혜의 집)이 있습니다.
시골길가에는 패랭이꽃, 흰꽃여뀌
그리고 황화코스모스 등이 피어 있어
제 발길을 잠시 잠시 붙들었습니다.
진섬을 떠나 노둣길을 지나 소악도에 들어서면
움막 같은 느낌이 드는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소원의 집)이 있습니다.
소악도에는 작은 야고보의 집만 있고
소기점도로 가는 노둣길에
8번 마테오의 집(기쁨의 집)이 있습니다.
노둣길에 있어
밀물 때는 길이 물에 잠기기 때문인지
교회는 높다란 계단 위에 있었습니다.
황금 돔이 인상적인 예쁜 교회입니다.
8번 마테오의 집(기쁨의 집), 7번 토마스의 집(인연의 집),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감사의 집)
그곳을 지나 7번 토마스의 집(인연의 집)을 둘러보고
섬 아래쪽으로 해안을 따라 돌다 보면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감사의 집)이
작은 연못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든 이 교회는
직접 들어가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보아야 했습니다.
보는 위치와 빛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마지막 섬인 대기점도로 이동하였습니다.
노둣길을 건너자마자 언덕길 위에 세워진
인디언 텐트 모양의 5번 필립의 집(행복의 집)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프랑스 남부 뜰루즈 출신의 예술가들이
고향의 붉은 벽돌과 섬에서 가져온 자갈을 가져다
나무배 형태의 교회를 지었다고 합니다.
첨탑 끝에는 작은 물고기도 매달고.
이곳에서 잠시
아내와 외손녀의 인증 사진 하나,
그리고 내부 사진도 하나 찍었습니다.
기도를 드리면 십자가를 따라
하늘 높이 전해 질 것만 같은 모습입니다.
언덕길에는 코스모스가 핀 작은 벌판도 있어
잠시 사진에 담았습니다.
대기점도는 4 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으로
소기점도에서 넘어오는 초엽에 있던 필립의 집 외에도
4 개의 작은 교회가 더 있습니다.
4번 요한의 집(생명 평화의 집)은
흰색 첨성대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앞에 유니콘이 있습니다.
꽃무늬의 타일 모자이크와
둥근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3번 야고보의 집(그리움의 집)은 숲 속 언덕에 있습니다.
숲 속 오두막 같기도 하고
한옥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교회 내부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부조가 설치되어 있고
다섯 개의 작은 네모난 창으로 빛이 스며듭니다.
실제로 이 부조는
신라성덕왕신종(에밀레종)의 '비천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야고보의 집이 한국적이었다면
2번 안드레아의 집 (생각하는 집)은
서구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를 둘러보는데
미리 공부하고 온 여자 순례객 하나는
외손녀에게 이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각진 건물과 둥그런 건물이 붙어있는데
섬에서 밀물과 썰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해와 달을 상징하는 교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내부에도 해와 달을 상징하는 장식이 있습니다.
교회 앞과 지붕에는 고양이 조각이 있는데
섬에 흔한 길고양이들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제 1번 베드로의 집(건강의 집) 하나만 남았습니다.
아내가 사진으로 보고
가장 마음에 든다는 교회입니다.
배를 타는 대기점도 선착장에 있는 이 교회는
원래 순례의 시작점입니다.
마치 지중해의 어느 마을느낌이 나는
흰색 외벽과 푸른 돔의 아담한 건물은
순례를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곳으로
교회와 화장실 가운데
작은 종탑이 있어
순례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 칠 수 있습니다.
마지막 종은 12번 가롯 유다의 집에 있습니다.
우리는 천국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베드로의 집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무사히 순례를 마칠 수 있음에 감사기도를 드리고
외손녀의 타종으로 순례길 여행을 마감하였습니다.
돌아오는 배에서
외손녀는 힘이 들었는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베드로의 집에서 외손녀의 타종으로 순례길 여행을 마감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을 가진 사람이다. - 바그너
#여름_이야기 #여름휴가 #신안군 #섬티아고_순례길 #12사도_교회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노둣길 #외손녀 #아내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