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꽃 Scilla scilloides/Silly Squill
여름의 끝자락에는
풀밭에 긴 꽃대 올리고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제가 거르지 않고 사진에 담는 꽃이기도 합니다.
바로 무릇꽃입니다.
하지만 너무 흔해서 일까요?
이 꽃을 주제로 한 시를 찾아보면
붉게 피어나는 꽃무릇만 나옵니다.
꽃무릇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들여다보면
길게 뻗은 꽃대를 따라
작은 꽃들이 잔잔하게 피어나면서
마치 군무를 펼치듯 피어나는 모습이
참 예쁜 꽃입니다.
더구나 이 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입니다.
그런데 학명은 Scilla scilloides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식물 분류학의 원조인 린네라고 합니다.
린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
스킬라(Σκύλλα, Scylla)로부터
이 이름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스킬라는 원래 굉장한 미인이었으나
바다괴물인 글라우코스의 사랑을 거부해서
머리가 6개인 바다괴물이 되었습니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상옥 교수는
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식물학자들은 무릇의 꽃에서
요염과 복수심으로 불타는
한 ‘팜 파탈’을 보았던 것 같다."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75)
학명이야 어떠했건
이 즈음에 풀밭에서 만나는
분홍빛 무릇꽃의 물결은
여름이 끝에 와 있다는
시원 섭섭한 소식을 전해줍니다.
무릇 / 김창진
분홍의
옷 입은
여자 있지
목이 길어지면서
얼굴이
가슴을 숨기느라
작아지는
여자 있지
무릇이라
무릇 숨기느라
멀어지는
꽃 있지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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