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2023-1

무릇꽃 Scilla scilloides/Silly Squill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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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는

풀밭에 긴 꽃대 올리고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제가 거르지 않고 사진에 담는 꽃이기도 합니다.

바로 무릇꽃입니다.


하지만 너무 흔해서 일까요?

이 꽃을 주제로 한 시를 찾아보면

붉게 피어나는 꽃무릇만 나옵니다.


꽃무릇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들여다보면

길게 뻗은 꽃대를 따라

작은 꽃들이 잔잔하게 피어나면서

마치 군무를 펼치듯 피어나는 모습이

참 예쁜 꽃입니다.

더구나 이 꽃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입니다.


그런데 학명은 Scilla scilloides

이 이름을 붙인 사람은

식물 분류학의 원조인 린네라고 합니다.


린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인

스킬라(Σκύλλα, Scylla)로부터

이 이름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스킬라는 원래 굉장한 미인이었으나

바다괴물인 글라우코스의 사랑을 거부해서

머리가 6개인 바다괴물이 되었습니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상옥 교수는

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식물학자들은 무릇의 꽃에서

요염과 복수심으로 불타는

한 ‘팜 파탈’을 보았던 것 같다."

(http://www.100ssd.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475)


학명이야 어떠했건

이 즈음에 풀밭에서 만나는

분홍빛 무릇꽃의 물결은

여름이 끝에 와 있다는

시원 섭섭한 소식을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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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 김창진


분홍의

옷 입은

여자 있지

목이 길어지면서

얼굴이

가슴을 숨기느라

작아지는

여자 있지

무릇이라

무릇 숨기느라

멀어지는

꽃 있지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200s, ISO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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