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1

가을비와 낙엽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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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낙엽 하나가 차창에 붙었습니다.


윈도브러시를 움직이지 않고

변해가는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차창에 부딪친 빗방울은

물줄기가 되어

낙엽을 스치고 흘러갑니다.

마치 작은 시냇물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낙엽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집니다.


인생의 가을이 오고

조금 더 지나면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희미한 그림자로만 남겠지요.


이제 가을입니다.



가을비/ 조병화


무슨 전조처럼 온종일

가을비가 구슬프게 주룩주룩 내린다


나뭇잎이 곱게 물들다 시름없이

떨어져서 축축히 무심코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밟힌다


순식간에 형편 없이 찢어져서

꼴사납게 거리에 흩어진다


될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그렇게도 나뭇가지 끝에서

가을을 색깔지어 가던 잎새들도

땅에 떨어지면, 그뿐

흔들이 버리고 간 휴지조각 같다


아, 인간도 그러하려니와

언젠가는 나의 혼도 그렇게 가을비 속에

나를 버리고 어디론지 훌쩍 떠나 버리겠지,

하는 생각에 나를 보니


나도 어느새, 가을비를 시름없이

촉촉히 맞고 있었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100mm, ƒ/3.5, 1/125s, ISO 400


#가을비 #낙엽 #차창 #잊혀지는_것들 #인생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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