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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17. 2020

쉼, 제주-10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털머위들이

노란 꽃을 피울 날을 기다리며

길가에 늘어서 있을 뿐,

늦여름의 둘레길에는

꽃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간간이 보이는 꽃은

나무 사이로 아무렇게나 덩굴을 뻗고

흰 꽃을 피우는 으아리였습니다.

그것도 이제는 끝물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늦여름의 이 시간은

모든 건 다 제 철이 있어

때로는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또 그 시간이 지나면 스러져 간다는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해 줍니다.


*


으아리꽃/ 송연우


흙빛 거슬거슬한

손등의 실핏줄 같은 줄기

생명을 끌어올리는

저 오묘한 길


몸 마디마디 아릿한 자리

달빛으로 피는 꽃


봄볕에 거나하게

하늘만 쳐다보더니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쫙 펴고 있다 하얀 날개


나비와 벌

눈부신 감동을 감추지 못해

너울너울 춤을 추며

내 한나절 심란하게 흔들리는데


흔들리는 힘으로 살아온

손바닥만한 근성

몰래 가슴에 심어놓고

먹구름장 일상의 사이사이

일인 듯 또 무심히 꺼내어본다



*


#쉼 #제주도 #으아리 #올레길 #아침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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