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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7. 2023

가을 여행-1

동해의 아침


외손녀가 엄마 아빠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

우리 부부도 며칠 동안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직 가보지 못했던

삼척의 한 리조트로

잠시 쉬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둘째 날

해 뜨는 모습을 사진에 담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새벽에 아내가 무서운 꿈을 꾸었는지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다녀오다

희미하게 빛이 스며드는 창의 커튼을 살짝 들쳐본 순간,


해뜨기 직전의 아름다운 하늘이

창문 가득 밀려들었습니다.

부리나케 카메라를 들고

발코니에 나가 바라본 풍경은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 중

가장 압권의 순간이었습니다.


보랏빛 수평선 위로

언제 떠오를지 모를 태양을 기다리는

불그레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수평선에 오메가 모양의 붉은 일출은 아니었지만

보라색 구름 사이로

수줍은 듯 불그스레 고개를 내미는

둥그런 하루의 시작이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점점 바다는 금빛으로 물들고

하루가 그렇게 서서히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건강하게 하루의 시작을 맞는 일이

참 감사한 나이.


최승호 시인의 시처럼

"수평 위로 뜨는 해를 보며

오늘은 숨 크게 밝은 하루를 누려야 한다"라고

저절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루로 가는 길/ 최승호


하루로 가는 길은

하루를 지나야 하는 법

어제에서 오늘로 오기까지

나는 스물 네 시간을 살아야 했다

1분만 안 살아도 끝장나는 인생


하루로 가는 길은

낮과 밤을 지나야 하는 법

어제에서 오늘로 오기까지

나는 소음을 거쳐야 했다


메마른 밤, 오늘의 갈증이

내일 해소된다고 믿으면서

참아낸 하루, 하지만 물냄새에

코를 벌름거리는 낙타처럼

오늘의 짐을 또 내일 짊어져야 한다


발걸음은 계속된다. 하루로 가는 길에서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하는 법

하루에 완성되는 인생도 없지만

아무튼 죽음이 모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수평 위로 뜨는 해를 보며

오늘은 숨크게 밝은 하루를 누려야 한다




#가을_여행 #동해 #일출 #아침 #하루의_시작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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