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Nov 19. 2020

Poetic autumn-15

가을 잎 하나

Poetic autumn-15, 가을 잎 하나
가을 잎 하나


젊은 날 은빛으로 빛나던 은단풍 하나

어느새 세월이 스쳐 지나간 자리가

휑하게 뚫린 채

늦가을 낙엽이 되었다


텅 빈 가슴으론

차마 떠나지 못해

젖은 낙엽은

창문을 두드린다


차가운 늦가을 빗방울은

빈 가슴속 깊이 스며들고

애절함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이 가을

내 사진 속에

고이 담긴다


세월  흐른 자국이 그물처럼

추억을 건져내는

가을 잎 하나가

어쩌면 내 마음 같아

마른 잎 버리지 못하고

책상 위에 간직해 둔다.



 

가을에1 / 기형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poetic_autumn #가을_잎 #은단풍 #뚤린_가슴 #가을비 #창 #우리동네 #2020년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Poetic autumn-1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