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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y 06. 2024

봄날의 꿈 2024-2

둥굴레 Polygonatum odoratum


부부가 살다 보면

마냥 사이가 좋은 건 아닌 것처럼

함께 피어난 둥굴레도

싸우기도 하고, 토리지기도 하며

짝을 잃어버리기도 하나 봅니다.


서로 다정히 붙어있는 아이들,

서로 떨어져 있는 아이들,

그리고 하나만 매달려 있는 아이도 있는 걸 보면.


부부가 오랜 시간을

함께 사는 일이 그리 만만하지 않아

때로는 섭섭하고

때로는 밉기까지 하지만

박영희 시인의 시처럼

접으며 살아야 하는 게 부부입니다. 


서로가 자신이 더 많이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시의 마지만 구절을 읽으며

조금 더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접기로 한다/ 박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봄 #꿈 #둥굴레 #부부 #접고_살기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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