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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y 16. 2024

봄날의 꿈 2024-10

아마릴리스 Amaryllis


몇 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이 봄에 

붉은 아마릴리스가 

발코니 정원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몇 해 전 

지인이 준 아마릴리스는

매년 기다란 잎만 무성하게 자라고

이내 꽃을 보여주지 않아

아내와 나는 무척 궁금했습니다.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아니면 이렇게 잎만 보고 마는 것인지.....


그런 아마릴리스가

이 봄에 꽃대를 올려

붉고 큰 꽃을 꿈처럼 피워냈습니다. 

너무도 반갑고 사랑스러워

카메라를 들고 한동안

이 아이만 찍었습니다.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이 아이를 

아내는 발코니 정 중앙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고 있으면

꽃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고혹적인 자태.

이 봄 발코니 정원에서 

단연 최고의 꽃이 되었습니다. 




꽃 피우는 직업/ 드니스 레버토프 Denise Levertov  (류시화 옮김)


자라는 것에 온전히 사로잡힌

그것은 아마릴리스

특히 밤에 자라며

동이 틀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바라보는 데는

내가 가진 것보다 약간의 인내심만 더

필요할 뿐

육안으로도 시간마다 키가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마다의 성장을 자랑스럽게 뛰어넘으며

헛간 문에 키를 재는 어린아이처럼

착실히 올라가는

매끈하고 광택 없는 초록색 줄기들

밑부분의 불그스름한 보랏빛 흔적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자라는

거의 알아차리기 힘든 수직의 돌기들

때로는 튼튼한 잎과 나란히

각각의 알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꽃대

둥근 끝을 가진 우아하고 기다란 줄기

충만함으로 빛나는 높고 꽉 찬 꽃봉오리


어느 날 아침, 당신이 일어났을 때

그토록 빨리

첫 번째 꽃이 핀다

혹은 짧은 머뭇거림의 한 순간

막 피어나려는 것을 당신은 포착한다

다음 날, 또 다음 날

처음에는 새끼 망아지처럼 수줍어하다가

셋째 날과 넷째 날에도 망설이다가

마침내 그 튼튼한 기둥 꼭대기에서

의기양양하게 꽃이 피어난다

빛나는 고요함 속에서

수수하게 빛나는 풍만한 아가씨처럼


만일 사람이 저토록 흔들림 없는

순수한 추진력에 이끌려

한눈팔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온 존재로 꽃을 피울 수 있다면!

우리 자신을 가지고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불완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꽃을

불완전한 것조차 감추지 않는 꽃을!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봄날 #꿈 #아마릴리스 #붉은_꽃 #발코니가든_최고의_꽃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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