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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n 11. 2024

수목원에서-4

장미 Rose


장미를 꺾거나

장미 다발을 화병에 꽂으면서

장미 가시에 한 번쯤은 찔려본 경험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꽃이지만

장미는 가시를 가지고 있어

무언가 좀 까칠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장미엔 왜 가시가 있을까?

사람들에게는 성가신 것이지만

장미에게는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입니다.

사실 많은 식물들이

초식 동물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장미도 자연 방어 기제로서

가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호기심 많은 사슴이나 토끼가

장미의 잎이나 꽃을 먹으려다

가시에 찔린 경험을 하고는

장미를 멀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시는 동물들이 장미를 올라타고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아래로 굽어 있습니다. 


진화적 관점으로 보면,

가시가 있는 장미가 없는 장미에 비해

초식 동물들로부터 보호받아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런 특성을 가진 장미들이 

후세에 더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미를 꽃병에 꽂기 전에 

가시를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요?

가시가 그대로 있는 장미는 

가시가 제거된 장미보다 

꽃병에서 더 오래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시를 제거할 때 생긴 상처 때문에

화병의 물이 더 빨리 탁해지고

줄기가 더 빨리 무르기 때문입니다.


생존을 위해 가시를 발달시킨 장미라고 하지만

아름다움과 향기만으로도

사랑을 받고 보호를 받았을 것만 같은 

아쉬음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장미와 가시/ 김승희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요.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Pentax K-1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수목원 #장미 #가시 #생존수단 #한밭수목원 #2024년_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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