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2025-17

비비추 Hosta

by 박용기


찜통더위가 한창이던 때에 떠나

10여 일 동안

북유럽의 서늘함을 즐기고

다시 돌아오니

벌써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지독하던 불볕더위는

어느새 꼬리를 감추고

시끄럽던 매미 소리도 잠잠해져

파장한 여름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여름에 찍어 두었던 사진들이

벌써 추억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계절입니다.


한여름의 뜨거움 속에서 피어나던
비비추가 문득 떠오릅니다.


그 연보랏빛 작은 종소리 같은 꽃은
햇살이 가장 짙게 내리쬐던 계절에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피어 있었습니다.


비비추는 이미 제 철을 다해
그 자취만 사진에 남기고 떠나갔지만,

그 꽃이 남긴 고요한 보랏빛의 울림은
늦여름의 묘한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적십니다.


화려한 빛깔의 꽃들이 피어나던

여름의 정원에서,

비비추는 늘 한 발짝 물러나

겸손한 모습으로 피어있었습니다.

비비추는 분명 여름의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겸손함으로

우리에게 여름을 속삭였습니다.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비비추가 건넨 여름의 평화로운 기억은

잔잔한 물결처럼

우리 마음을 채워줄 것입니다.



늦여름/ 청연(靑涓) 박용기


9월의 바람이

여름의 흔적을 지워나갈 때

아직 못 잊을 한여름

나른했던 더위의 기억은

사진으로 담아둔

비비추 꽃 속에 묻어

흘려보낸다


떠나는 계절이 아쉬워

조금은 더 머물다 가라고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싶지만

손가락 사이로

슬며시 빠져나가는 시간


계절이 순환하듯

우리의 젊음도 순환하면 좋으련만

이 꽃이 지고

이 여름이 떠나면

한 움큼

하늘나라를 향해

더 가벼워질 우리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여름 #여름의_끝 #비비추 #떠나가는_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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