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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Sep 19. 2020

The Number-24

하루 24시간을 사는 우리들

본 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사보인 <지질_자원_사람> 2018년 1-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장편 소설<25시>는 시간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시골 마을의 청년 농부가 겪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에서는 하루의 24시간이 모두 끝났음에도 다음 날 아침이 영원히 오지 않는다. <25시>란 아무도 구원해 줄 수 없는 절망의 최후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하루는 다행히도 늘 ‘24시간’이다.



■ 하루의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현대 사회는 미터(m)나 킬로그램(kg) 등 10진법을 기초로 하는 단위 체계를 사용한다. 그런데 하루는 10시간 혹은 100시간이 아니고 24시간이다.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다. 이 같은 시간 단위는 고대 이집트와 바빌론의 관습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이집트 사람들은 해가 있는 낮 시간을 10구간으로, 밤 시간을 12구간으로 나눴다. 그리고 아침과 저녁의 노을이 지는 중간 시간을 각각 한 구간씩 추가해 하루를 24구간으로 나눴다. 그들은 숫자를 셀 때 손가락 10개 대신 손가락 마디를 사용했다. 왼손을 펴고 엄지손가락으로 검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의 관절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수를 세면 ‘12’이라는 숫자가 된다. 일 년에 보름달이 12번 뜨는 것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다.


한 시간의 길이는 고대 그리스 시대가 되어서야 일정해졌다. 그리스 천문학자들은 바빌론 사람들이 개발한 천문학 기술을 사용해, 하루를 계절과 상관없이 춘분·추분과 같은 길이로 일정한 간격으로 24등분을 할 것을 제안했다. 바빌론 사람들은 수메르 사람들이 기원전 2000년경에 개발한 60진법을 이용해 천체관측을 했다. 그들이 왜 60을 바탕으로 하는 계산법을 사용했는지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아마도 60이 1~6까지 6개의 정수로 모두 나눠지는 가장 작은 수이고, 10, 12, 15, 20 및 30으로도 나누어지는 수이기 때문이라 추정한다. 그래서 1시간을 60 등분해 1분을, 그리고 1분을 60 등분해 1초로 했다. 지금도 기하학에서 각도를 측정할 때나, 지리학적인 경도나 위도를 나타낼 때는 60을 바탕으로 한다. 즉 둥근 원의 각도는 360° 그리고 1°는 60 등분으로 세분한다.


옛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의 동양에서는 몇 가지의 시각 제도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하루를 12등분 하고 한밤중을 자시(子時)로 해 12간지를 이용해 이름을 붙여 사용한 ‘12진각법’이다. 즉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축시(丑時)는 새벽 1시부터 3시까지 등이다. 각 시는 더욱 세분해 초(初)와 정(正)으로 나눴다. 즉 밤 11시부터 12시는 자초(子初), 밤 12시부터 새벽 1시는 자정(子正)이 되었다.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밤 12시를 의미하는 자정도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생체 시계도 24시간과 가깝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시간의 기본 단위인 1초 길이의 표준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지구가 태양을 기준으로 한 바퀴 자전하는 시간의 평균치인 평균 태양일을 기준으로, 24시간을 86,400(24×60×60)으로 나눈 값을 1초로 정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자전을 한다. 때문에 태양일은 움직이지 않는 먼 별을 기준으로 한 바퀴 자전하는 시간인 항성일보다 4분 정도 길다. 지구가 공전하면서 움직였기 때문에 조금 더 자전을 해야 태양의 위치가 전일과 같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구의 공전궤도는 타원이기 때문에 지구가 태양에 가까이 가는 1월에는 공전 속도가 빨라지며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7월에는 공전 속도가 느려져, 1월에는 7월보다 태양일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계절에 따른 태양일을 평균한 평균 태양일을 사용했다. 하지만 1초의 간격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1967년부터는 세슘 원자로부터 나오는 특정 빛의 진동수(초당 9192631770회)를 기준으로 1초를 다시 정의한 ‘원자시’를 표준으로 한다. 원자시는 원자 시계를 이용해 측정한다.  


우리는 몸 안에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외부의 빛, 시계가 없는 격리된 공간에서 느끼는 사람들의 생체리듬은 25시간이 주기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99년 하버드대학 연구팀의 보다 엄격한 연구에 따르면 이전의 연구에 오류가 있으며 실제로는 24시간 11분이라 밝혀졌다. 즉 사람들의 생체 리듬도 태양일의 주기인 24시간과 아주 가까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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