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승달
초승달 저무는 겨울 하늘로
칼바람 스치면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달빛 온기라도 느껴보려고
갸녀린 두 팔 벌린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하는 날 저녁녘
서쪽 하늘 산 등성에
실낱같은 초승달이 결렸습니다.
끝자락만 남겨진 달을 보며
그 안에 숨겨진
둥그런 모습을 상상합니다.
보름달을 보면
밝고 아름답지만,
비워가야 할 아쉬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초승달엔 비워진 자리가 많아
앞으로 채워질 자리가 넉넉합니다.
그래서 초승달은 희망입니다.
삶에서도
이런 빈자리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내려놓고 비우는 일을 해야겠지요.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겨울나무들처럼.
어쩌면 겨울은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한
가장 정직한 계절이고,
이 계절에 뜬 겨울 초승달은
삶의 깊이를 채우라는
묵상의 말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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