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2026-12

군자란 Clivia miniata/ Bush lily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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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품어준

초록 품이 있어

봄의 생명은 태어난다


기다림 끝에 설렘으로

계절을 밀어 올리는

군자란 꽃봉오리



매년 2월이 되면

저는 발코니 화단의

군자란을 자꾸 들여다봅니다.


두터운 초록 잎 사이에서

어느 날 작은 꽃대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와우!

올해에도 어김없이

두 대의 꽃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무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비좁은 잎들 사이에서

동그란 꽃봉오리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듯

조금씩 조금씩

아기의 손가락처럼 귀여운

연록의 꽃봉오리들이

그 속에서 올라옵니다.


그리곤

발그레한 볼을 한

소녀의 모습이 되어

봄빛이 차오릅니다.


이렇게

2월의 군자란은

저에겐 기다림이고 설렘입니다.


꽃이 피는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날들의 축적입니다.


일 년 동안의

햇빛과 물, 바람과 토양의 양분,

추운 겨울을 통과하는 인내,

그리고 아내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꽃봉오리는
새로운 시작이면서
일 년이라는 기다림의 완성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아직 열리지 않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의 시간들은

언젠가

봄꽃처럼 피어나는 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것입니다.


곧 환하게 펼쳐질

군자란처럼
우리의 봄도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


"It is the time you have wasted for your rose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 Saint-Exupéry, <The Little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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