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 Clivia miniata/ Bush lily
겨울을 품어준
초록 품이 있어
봄의 생명은 태어난다
기다림 끝에 설렘으로
계절을 밀어 올리는
군자란 꽃봉오리
매년 2월이 되면
저는 발코니 화단의
군자란을 자꾸 들여다봅니다.
두터운 초록 잎 사이에서
어느 날 작은 꽃대가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와우!
올해에도 어김없이
두 대의 꽃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도무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비좁은 잎들 사이에서
동그란 꽃봉오리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듯
조금씩 조금씩
아기의 손가락처럼 귀여운
연록의 꽃봉오리들이
그 속에서 올라옵니다.
그리곤
발그레한 볼을 한
소녀의 모습이 되어
봄빛이 차오릅니다.
이렇게
2월의 군자란은
저에겐 기다림이고 설렘입니다.
꽃이 피는 일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날들의 축적입니다.
일 년 동안의
햇빛과 물, 바람과 토양의 양분,
추운 겨울을 통과하는 인내,
그리고 아내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모여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꽃봉오리는
새로운 시작이면서
일 년이라는 기다림의 완성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도
아직 열리지 않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의 시간들은
언젠가
봄꽃처럼 피어나는 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것입니다.
곧 환하게 펼쳐질
군자란처럼
우리의 봄도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 때문이야."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
"It is the time you have wasted for your rose
that makes your rose so important."
- Saint-Exupéry, <The Little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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