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3

가지 끝엔 겨울비가

by 박용기
FB_IMG_1607505503485.jpg 겨울비-3, 가지 끝엔 겨울비가

한 해를 마감하는 이맘 때 쯤이면
벌써 몇 번의 송년회가 지나고
마지막 한 두 번이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흰 눈이 쌓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본 지도 오래고
이번 크리스마스도 우중충한 날씨 속에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오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겠지요?

바라보는 내가
너무 삭막하게 느낄까 봐
차마 겨울 나무를 떠나지 못하는
단풍잎들도
겨울비 맞으며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를 합니다.
그런 마음 씀씀이가 고와서인지
아직도 참 고운 모습입니다.

이런 고운 마음 가진 친구들을 만나러
나도 올해의 마지막 송년회에 가 보아야겠습니다.

김종길 시인도 겨울비 내리는 저녁
나이 든 동기생들과의 송년회 모임에 가려나 봅니다.




겨울비/ 김종길

겨울비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일 년에 한두 번 얼굴을 맞대는
옛 동기생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동기생들의 반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지금 십여 명이 서울에 살고 있지만
한두 사람은 연락이 닿지 않고
한두 사람은 병석에 갇혀 있어
모처럼 모인다 해도 반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러나 가장 허물없는 사이가 그들이다
지금은 백발에 주름 잡힌 얼굴들이지만
모이면 모두 육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
버릇없는 중학생이 되어 즐겁기만 하다

망년회란 한 해를 잊자는 것인가
아니면 나이를 잊자는 것인가
아니면 그 두 가지를 다 잊자는 건가
겨울비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늙은 동기생들을 만나러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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