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2026-26

수선화 Daffodil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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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겨울빛을 먹고 자란

3월의 수선화 속엔

남모르는 외로움이 남아있다.


그래도

네가 있어 봄이 온다




겨울의 긴 동면을 깨고

한밭수목원에 나갔습니다.


춥거나 바람 불지 않는 날,

미세먼지가 나쁘지 않은 날,

그러면서도 조금 흐린 날.

그리고 몸 컨디션이 양호한 날.


제가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는

길일의 조건입니다.


아직은 조금 이른 봄이라

홍매화나 산수유 정도를 기대하고

수선화를 만날 기대는 없었는데,

벌써 한가득 피어 있는

수선화 밭을 만났습니다.


사실 저는 물가에 홀로 피어있는

고독한 수선화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그리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라는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를 좋아합니다.


미소년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사랑에 빠져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전설 때문일까요?


수선화는 아름답지만

어딘지 모르게 외로움이

느껴지는 꽃입니다.


가득 모여 피어난 꽃밭에서

그렇게 외로워 보이는

꽃 하나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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