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여행 - 7

니스, 생폴 드 방스

by 박용기


2018년 10월 2일
루시용을 떠나 니스에 도착한 후 하룻밤을 쉬고
다음날은 니스에의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동안 대부분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느라 매일 15,000보 이상씩 걸어야 했던 우리는 다음 날엔 샤갈 박물관을 들른 후에 해변을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계획이었다. 그러나 삶이 그렇듯 늘 생각대로만 되지 않는 게 여행의 묘미인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샤갈 박물관은 다음 날이 휴관이란다. ㅠㅠ


베테랑 가이드가 제안한 차선책은 샤갈의 마을로 알려진 생폴 드 방스(Saint Paul de Vence)를 오전에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샤갈이 살았고 그가 사랑했던 마을이며 많은 예술가들이 찾았던 마을로 잘 알려진 곳이다.


아침에는 니스 시내에서 열리는 시장에 들러 구경을 한 후 생폴 드 방스로 떠나기로 하였다.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꽃과 야채를 중심으로 하는 장이 열려있었다. 새로운 꽃들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대부분 우리나라 화원에서도 볼 수 있는 그런 꽃들이었다. 우리나라 꽃 시장도 글로벌화 되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니스 시내에서 열리는 시장


니스에서 약 20 km 정도 떨어진 생폴 드 방스는 아직까지 16세기의 건축물들이 남아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중세 도시다. 샤갈이 인생의 말년을 이곳에서 지냈고, 이곳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어 마을 곳곳에서 샤갈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샤갈은 유대인으로 1887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98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일평생 세계 곳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는데 그의 말년 20년을 바로 이 곳에서 보냈으며 그는 이곳을 '제2의 고향'이라 여겼다고 한다.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입구에 들어서면 샤갈의 그림 한 점이 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보이는 마을 풍경 위에 그려진 'couple in the blue landscape' (푸른 풍경 속의 커플)이다. 아마 샤갈도 그 장소에서 마을을 바라보며 캔버스에 색으로 가득 찬 그의 꿈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언덕을 한참 올라 돌로 쌓은 성 안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에 우리는 한 석조 건물 앞에 섰다. 문 옆에 작은 푸른색 간판이 서 있는데 거기에는 황금빛 비둘기 한 마리와 ‘La Colombe d’Or’라고 써져 있었다. 유명한 ‘황금 비둘기 여관’ 자리다.


1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의 예술가들이 아름답고 조용한 생폴 드 방스로 많이 오게 되었는데 그 당시 이곳에서 카페와 여인숙을 운영하던 여인숙 주인 폴은 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고향처럼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샤갈을 비롯해 마티스, 르누아르, 브라크, 피카소 등 유명한 화가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그들은 숙박비 대신 그림을 주거나 맡기고 간 후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다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는 없는 그들의 작품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들어가 구경을 할 수는 없었지만….. 이후 이곳은 가수 겸 배우인 이브 몽땅과 시몬 시뇨레가 결혼식 피로연을 열기도 했던 장소로도 유명해졌다. 지금은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바뀌어 있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작은 마을들처럼 돌집과 좁은 오솔길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우리는 샤갈이 잠들어 있는 마을의 공동묘지로 향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공동묘지 초엽에 샤갈의 무덤이 있었다. 그곳에 그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바바(Valentina Brodsky)와 바바의 여동생 미셀 브로드스키가 함께 잠들어 있었다. 첫 번째 부인인 고향 친구 벨라가 1944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1952년 그의 나이 65세에 결혼하여 그의 후반기 예술의 뮤즈였던 바바와 30년 이상을 함께 살았다.




생폴 드 방스 구경을 마치고 니스로 돌아와 꽃시장이 열렸던 곳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조금은 여유로운 일정이 마음에 들었다. 저녁때가 되어 니스 해변의 석양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나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아내는 외손녀들의 선물을 사겠다고 옷 가게에 들렀다. 해가 곳 질 시각인데 아내는 한참을 둘러보고 비싸지 않은 옷 세벌을 사 들고 가게를 나섰다. 서둘러 해변에 나가니 이미 해는 진 후였다. 하지만 노을빛이 참 아름다웠다. 나는 열심히 셔터를 눌러 아름다운 석양빛과 바다를 담았다. 니스는 작은 몽돌 해변이어서 바닷가에 가까이 나가면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갈 때 몽돌을 굴리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우리는 저녁 빛이 사라질 때까지 해변에 앉아 서쪽 하늘과 바다를 바라본 후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까 산 외손녀들의 선물이 안보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처음에 해변가 벤치에 앉아 노을을 보다 몽돌 해변으로 내려가면서 그만 옷이 담긴 봉투를 벤치에 놓아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늦고 해변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 그 시간에 가 본다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아 포기하기로 하였다. 덕분에 나는 아내로부터 그동안 나에게 쌓였던 사진 찍기에 대한 모든 불만을 한꺼번에 들어야만 했다. 그 봉투는 내가 들고 있었는데 사진에 빠져 그만 봉투를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여행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는 일이지만 또 무언가를 버려야 하거나 잃기도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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