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ds in December-10

homeless-1

by 박용기
118_2821-c-s-The reds in December-10.jpg The reds in December-10, homeless-1


낡은 벤치 위에는
붉은 옷을 입은 노숙자 하나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날도 춥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무서워

그렇지 않아도 텅 빈 폐허의 놀이터는

겨울바람도 숨죽여 지나가는

적막함이 깃듭니다.


낡은 벤치 위

아직 붉은빛을 띠고 있는 마른 단풍잎 하나는

마치 남루한 붉은 옷을 걸친 노숙자처럼

겨울 오후의 한 조각 햇볕 속에서

잠시 오수에 빠져들지만

휙~ 겨울바람 스치고 나면

어디론가 흘러가야 할지 모릅니다.


모두가 마치 노숙자처럼

불안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 해이지만

한 해가 끝나가는 세모엔

여전히 아쉬움과 서운함이 밀려듭니다.


신문지 한 장도

어려운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문정희 시인의 시를 읽으며

이 한 해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한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만 하는 내가

시 속의 노숙자보다 낫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왕의 역할을 잘하는 배우/ 문정희


왕의 역할을 잘하는 배우가

부도 내고 노숙자로 떠돌 때

헌 신문지 한 장 가진 사람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는 얘기는

그의 연기보다 더 시큰하다


채권자에게 쫓기며 빌딩 숲 사이

맨바닥에 누워 잘 때

곁에서 자던 노숙자가

덮고 있던 신문지를 반으로 찢어 주어

그것으로 밤새 추위를 덮고

절망을 덮고

아침에 온기로 눈을 뜨자 그대로 일어서서

무대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기교 넘친 드라마보다 더 시큰하다


헌 신문지 한 장이

한 사람을 한 절망을 일으켜 세운

그날 아침 얘기는

시시한 시보다 더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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