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Dec 29. 2020

The reds in December-11

Homeless-2

The reds in December-11, Homeless-2


나무  한 칸은 빠져 사라지고 대신 
녹슨 긴 나사못이 삐죽이 나온 낡은 벤치 
그 위에서도 편히 쉴 수 있는 노숙자는
생의 고뇌를 달관한 철학자의 모습입니다.


해의 끝자락에서

오랜만에 나선 

외손녀와의 동네 한 바퀴


주변엔 꽃도 없고 눈도 없고

카메라에 담을 아름다움은 하나도 없는 겨울


그 겨울에 만난 

낡은 벤치 위의 단풍잎 하나는

외로운 노숙자가 아닌

인생을 달관한 철학자처럼 

멋진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앞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진정 자유롭고 아름다워진다는 

인생의 철학을 말없이 들려주었습니다.




노숙자/ 정일남


어느 시대에도 노숙자는 있었다

노숙을 명예로 생각하라

배고픔도 견디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포식을 구하겠느냐


석가도 예수도 발을 뻗고 누울 집이 없었다


뭉게구름의 층층을 공원의 벤치에 누워서 보면

걸어 온 길이 명료해 지겠지


광야에서 견디어 보라

사막에서 목말라 보라

걸식하라, 그러다가

생각에 잠긴 눈을 문득 뜨면

가을은 하루의 눈부신 작별에 들고

저녁은 온갖 새들의 노래로 배가 부르다


우리가 진정한 고뇌를 맞보지 않으면

누가 달관의 경지에 이르겠느냐




#reds #낙엽 #겨울_벤치 #단풍잎 #노숙자 #사진 #2020년 

매거진의 이전글 The reds in December-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