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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Feb 04. 2021

꽃이 그리운 계절에-5

노박덩굴-1

꽃이 그리운 계절에-5, 노박덩굴-1


꽃이 그리운 계절에
꽃이 피었던 자리를 찾아가 봅니다.


꽃이 피었던 노박덩굴 가지 끝에는

노란 열매가 대신 달려

그곳이 꽃이 피었던 자리임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 꽃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꽃보다 열매가 더 아름다운 나무.

그래서 사람들은 저처럼

꽃을 잘 기억하지 못하나 봅니다.


흰색의 소박하고 작은 꽃들이 피었던 자리에

꽃보다 크고 탐스러운 노란 열매가 열리고

겨울이 되면 그 속에 든 붉은 씨앗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새들의 먹이가 되거나 떨어져

새 삶을 준비합니다.


어떤 꽃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도 있는데,

어찌 보면 이 아이는

자연의 순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꽃보다 열매가 더 아름다운 나무.

꽃이 그리운 계절에

노박덩굴을 찾는 이유입니다.




2월의 시/ 함영숙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낮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추며


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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