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용기 Feb 18. 2021

2월 그 카페에서-4

청미래덩굴 열매

2월 그 카페에서-4, 청미래덩굴 열매


카페 한쪽에 꽂혀있는 청미래덩굴 열매가
곱게 늙은 얼굴로 나에게 인사를 합니다.



녹색의 여린 순으로 시작하여

풀빛 꽃을 피우고

청춘처럼 싱그럽고 푸르른 열매를 맺은 후

화려한 붉은빛의 중년을 지난 열매.


이제는 주름지고 어두워진 모습이지만

참 다정하고 인자한 노년의 모습입니다.


청미래덩굴은 지방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참 다양한 식물입니다.


황해도와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경기도에서는 ‘청미래덩굴’,

강원도에서는 ‘청열매덤불’,

호남지방에서는 ‘명감나무’ 또는 ‘맹감나무’라 부른다고 합니다.


줄기에 가시가 있어 ‘종가시나무’,

‘매발톱가시’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습니다.

한자로는 토복령(土茯領) 또는 산귀래(山歸來)라고 합니다.


카페의 문 밖에

봄 그림자가 서성이는 늦은 오후.


우리는

아직도 초록의 꿈을 꾸는

늙은 청미래덩굴 열매에게

아쉬운 눈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섰습니다.




그렇게 2월은 간다 /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2월 #무주 #서창 #수작부리는_카페 #청미래덩굴열매 #2021년

매거진의 이전글 2월 그 카페에서-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