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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14. 2021

박용기의 사진공감-봄의색



겨울과 힘겨루기를 하며 밀고 당기기를 하던 봄이
이제 자리를 잡으면서
엷은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주변에서도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황금빛의 복수초를 시작으로 풀밭에는 푸른빛의 큰개불알풀꽃과 흰색의 냉이꽃, 노란 꽃다지 꽃과 민들레, 보랏빛의 제비꽃 등이 피어나고, 흰색 또는 붉은빛의 매화와 노란 산수유꽃도 피어나고 있어 봄으로의 가슴 설레는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겨우내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던 자연을 다양한 색으로 장식하는 여러 색의 꽃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각자의 색을 가지고 피어날까? 우선 과학적인 설명을 한다면 꽃들이 유전자 속에 특유의 색을 나타내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 꽃 속에 있는 물감이 나타나게 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식물의 색은 보통 안토시아닌과 같은 플라보노이드 색소와 카로티노이드에 의해 결정된다. 붉은색, 분홍색, 파란색 그리고 보라색은 플라보노이드류의 색소에 의해 만들어지며 노랑이나 오렌지 색은 당근이나 토마토 등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 색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꽃의 색은 이 두 종류의 색소가 적당히 섞여 만들어지게 된다. 그러나 많은 꽃 속에는 플라보노이드 색소가 주로 있는데, 같은 종류의 안토시아닌 색소라도 세포 내의 산성도에 따라 다른 색을 나타낸다고 한다. 세포 내가 보다 염기성이 될수록 푸른색을 띠게 되는데, 세포 내의 산성도는 꽃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의 산성도와는 거의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들이 다양한 색으로 치장하는 이유는 잘 아는 바와 같이 벌이나 나비 등과 같은 곤충들을 유인하여 수정을 잘하고 씨를 맺어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이다. 꽃들이 독특한 향기를 갖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곤충들도 우리가 보는 것과 같이 색들을 잘 구별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벌들은 붉은색을 사람들처럼 잘 인식하지 못하고 붉은 꽃잎과 녹색 잎의 차이를 겨우 알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붉은 장미는 어떻게 벌들을 불러올 수 있을까? 벌들은 붉은색을 잘 볼 수 없지만, 대신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자외선 부분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붉은 꽃잎은 붉은색만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벌들이 볼 수 있는 푸른색, 보라색 및 자외선도 반사하기 때문이다. 한편 나비들은 붉은색에 민감하다고 하니 꽃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신비한 자연의 오묘함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봄의 색 중 봄을 대표하는 색은 무엇일까? 잎도 채 나기 전 피어나는 산수유나 개나리, 그리고 수선화의 노란색일 수도 있다. 아니면 매화, 살구꽃, 벚꽃으로 대표되는 연분홍색 혹은 진달래의 분홍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 다를 테니 딱히 정답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마른 가지의 겨울눈을 뚫고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내는 어린잎과, 아직 차가운 땅을 헤치며 고개를 쏙 내미는 새싹의 연두색을 봄의 색이라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이러한 연두색은 일 년 중 오직 이른 봄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색이기 때문이다.



녹색은 감성적으로 긍정적인 색이며 파란색 다음으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자연 속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색이기도 하다. 색채 심리학 적으로는 균형과 조화의 색이며, 성장과 새로움 그리고 부활의 색이라고 한다. 연둣빛 새싹이나 막 돋아난 어린잎들을 보면서 정말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봄이 되자 어김없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신의 색깔로 꽃을 피우는 풀꽃과 나무들, 그리고 다 죽은 것 같아 베란다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미스김라일락 나무에 어느 날 돋아난 연둣빛 어린잎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새삼 느낀다. 이제 초록의 어린 새끼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봄이다.





연두/도종환


초록은 연두가 얼마나 예쁠까?

모든 새끼들이 예쁜 크기와 보드라운 솜털과

동그란 머리와 반짝이는 눈

쉼 없이 재잘대는 부리를 지니고 있듯

갓 태어나 연두들도 그런 것을 지니고 있다

연두는 초록의 어린 새끼

어린 새끼들이 부리를 하늘로 향한 채

일제히 재잘거리는 소란스러움으로 출렁이는 숲을

초록은 눈 떼지 못하고 내려다 본다.




*이 글은 2015년 3월 26일에 헬로 DD에 게재된 제 글입니다.

https://www.hellodd.com/news/articleView.html?idxno=52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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