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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29. 2021

이제 봄-9

제비꽃-1

이제 봄-9, 제비꽃-1


봄마다 찾아오는 제비는 동네에서 보기 힘들어졌지만
보랏빛 제비꽃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돌아옵니다.


집 앞에 몇 년째 비어있어 이제는 폐허가 된

연구소 사택이었던 낡은 아파트가 있습니다. 


오래전 

미국에서 돌아와 4년 정도를 살았던

추억이 담긴 아파트입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

주차장이었던 자리는 풀밭이 되었고,

깨진 시멘트 바닥 사이사이에 

제비꽃들이 제 세상을 펼쳤습니다. 


외손녀가 봄꽃들과 놀고 있는 사이

나는 바닥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꽃들과 같은 높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이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에서 '이해하다'라는 말은 'understand'입니다.

원래의 어원은 고대 영어의 'under(between, among)'와 

'standan(to satand)'가 합쳐진 말로,

'~의 중간에 서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래에 서다'라는 말이라고도 주장합니다. 


아무튼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최소한 같은 눈높이에 서는 것이겠지요.


이 봄엔

봄 꽃들과 가능하면 눈높이를 맞추고

꽃들의 마음을 사진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 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이젠_봄 #제비꽃 #자줏빛 #가장_낮은_자세 #동네_한바퀴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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