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살구꽃이 올해도 가득 피어나
그곳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잠시 들러본 연구소
봄 아침이면 늘 봄꽃들을 만나러 가던 곳이 있어
그 중 몇 군데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식당옆 코너를 돌면 203동으로 가는 오솔길이 갈라지는 곳
그곳엔 올해도 살구꽃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이 봄에 새로 피어난 꽃들이
나를 알 리 없지만,
웬지 오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아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봄마다 이렇게 환한 미소로 꽃을 피워내는
살구나무의 생명력이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살구나무 발전소/ 안도현
살구꽃......
살구꽃......
그 많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밤에도 가지마다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 매어 다는 걸 봐
생각나지, 하루 종일 벌떼들이 윙윙거리던 거,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도
전깃줄은 그렇게 울었지
그래, 살구나무 어디인가에는 틀림없이
살구꽃에다 불을 밝히는 발전소가 있을거야
낮에도 살구꽃......
밤에도 살구꽃......
#이제_봄 #살구꽃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