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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Mar 31. 2021

이제 봄-11

꿩의밥

이제 봄-11, 꿩의밥


바위 위에 미어캣처럼 서서
봄 햇볕을 맞는 들꽃들

봄 풀밭에 지천으로 피어나지만

누구 하나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들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법 용맹한 아프리카의 전사들처럼

작지만 날카로운 창과 방패를 들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열매가 꿩의 먹이가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꿩의밥입니다.


학명은 Luzula capitata Mig.

속명인 Luzula는 라틴어 Lux(빛)에서 파생된 말로

‘아침 이슬에 빛나는 모습’란 뜻으로

꿩의밥 모양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침 이슬에 빛나는 꿩의 밥을 아직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사진에 담아보고 싶네요.

고향이 우리나라인 토종입니다.


씨가 익을 때 열매를 따서

두 손으로 비빈 후 껍질을 후~ 불어내고

씨를 입에 넣고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합니다.


어릴 때 보리 이삭을 잘라

불에 그을려 손으로 비빈 후

껍질을 불어내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꽃말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서 인지

꽃말은 '무심함', 혹은 '한'입니다.


작은 들꽃들 속에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 봄입니다.




3월/임영조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말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을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




#이젠_봄 #꿩의밥 #들꽃 #동네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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