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19-7, 큰꽃으아리
큰꽃으아리
이제 5월도 가려합니다.
어렴풋이 붙잡고 있던 봄을
완전히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이 아름다운 5월을 보내며
오래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웠던
피천득 선생의 글 ‘수필’의 한 대목이 떠오릅니다.
“수필(隨筆)은 청자연적(靑瓷硯適)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그리고 그의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짧은 글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수필을 못 쓰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다가, 그런 여유를 가지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나의 마지막 10분의 1까지도 숫제 초조(焦燥)와 번잡(煩雜)에다 주어 버리는 것이다.”
그때는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해야만 했던 이 글이
지금은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것은
아마 나이가 주는 고마움일 것입니다.
5월을 보내며
그의 시 ‘5월’을 읽어 봅니다.
5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 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 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의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섬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 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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