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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n 08. 2021

비가 내리는 날에는-1

20분의 행복

비가 내리는 날에는-1, 20분의 행복
20분이 주는 행복


외손녀를 수영장에 데려다주는 날은

20분간의 자유시간이 생깁니다.


외손녀가 수영 강습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다

강습이 끝나고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나올 때까지

20분 정도.


저는 카메라를 들고 수영장 부근의

동네 한 바퀴에 산책에 들어갑니다.


수영장 뒤편에 있는

뜰보리수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은 막 뜰보리수 열매가

붉게 익어가는 계절입니다.


이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하지만 뜰보리수나무로 직행을 했습니다.


비가 오는데 무슨 사진이냐고요?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오는 날만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있지만

주로 카메라 보호용이고,

몸은 좀 비에 젖기도 합니다.

하지만 행복에 젖는 시간입니다.


길 건너 숲을 배경으로

붉은 뜰보리수가 달린 가지들이

즐겁게 비 노래를 부르는 이런 모습을 보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지요?


어찌 보면 짧은 시간 20분이

저에게는 참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봄부터 보여드린

느티나무 새잎,

단풍나무 작은 꽃,

붉은 인동꽃 등의 사진들은

모두 이 시간에 찍은

즐거운 작은 로또 당첨들이랍니다.





가슴에 내리는 비 / 윤보영


비가 내리는군요.

내리는 비에

그리움이 젖을까 봐

마음의 우산을 준비했습니다.

보고 싶은 그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그대 찾아 나섭니다.

그립다 못해

내 마음에도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비 내리는 날은

하늘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열면

맑은 하늘이 보입니다.

그 하늘

당신이니까요.


빗물에 하루를 지우고

그 자리에

그대 생각 넣을 수 있어

비 오는 날 저녁을 좋아합니다.

그리움 담고 사는 나는.


늦은 밤인데도

정신이 더 맑아지는 것을 보면

그대 생각이 비처럼

내 마음을 씻어주고 있나 봅니다.


비가 내립니다.

내 마음에 빗물을 담아

촉촉한 가슴이 되면

꽃씨를 뿌리렵니다.

그 꽃씨 당신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그리움을 가리고

바람 불 때면

가슴으로 당신을 덮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빗줄기 이어 매고

그네 타듯 출렁이는 그리움

창밖을 보며

그대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마저 가릴 수 있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은

막을 수가 없군요.

폭우로 쏟아지니까요.


비가 내립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달려와

부를 것 같은 설레임

내 안의 그대였군요.




#비가_내리는_날에는 #뜰보리수 #수영장_뒤 #20분의_행복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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