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제주-6, 계요등
제주도의 검은 화산 돌로 쌓아 놓은 낮은 담장
그 돌 틈 사이로는 바다 바람이 드나듭니다.
그 비좁은 공간에 자리 잡고
숨은 듯 피어난 계요등이 나를 반깁니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아이처럼.
외손녀가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며 논 적이 있습니다.
내가 눈을 감고 열을 센 뒤 눈을 뜨면
내가 찾기도 전에 먼저
아이가 나를 찾아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어쩌면 이 계요등도
누군가가 찾아와
알은체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작은 꽃들과 마음을 나누면
마음이 풀꽃처럼 편안해집니다.
*
꽃과 바람의 숨바꼭질/ 김형식
*
바람은 모를 거야
꽃이 따라가고 싶어
꽃잎을 하나씩
흘려보내는 걸
꽃은 모를 거야
바람이 데려가고 싶어
슬쩍 묻힌 향기를
끌고 가는 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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