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 summer-8, 능소화
동네 실내수영장 뒤 축대 위에 핀 능소화
하늘 높이 나무를 타고 올라
피어나는 꽃이라고
업신여길 능 혹은 능가할 능(陵)과
하늘 소(霄)를 써서
능소화(凌霄花)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정말 때로는 나무를 타고 올라
높은 곳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담장 너머
덩굴을 늘어뜨리고 피어나는
운치있는 아이들도 있죠.
이 꽃도 주변에 감고 올라갈 나무가 없어
축대 아래로 덩굴을 느려뜨리고
피어있었습니다.
소화(少花)라는 궁녀가
왕과 하룻밤 지낸 뒤
두 번 다시 찾지 않는 왕을 그리다 병이 들었습니다.
죽기 전 그녀는 왕을 그리며 유언으로
왕이 다니는 길목의 담장 밑에 묻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후 소화가 묻힌 자리에 꽃이 피어
능소화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도 있습니다.
중국이 고향으로
오래 전에 우리나에 들어온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양반들이
이 나무를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양반꽃’이라고도 하고
평민들은 이 나무를 함부로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학명은 Campsis grandiflora
영어 이름은 Chinese trumpet vine 이라고 합니다.
이제 꽃들이 많지 않은 여름
한 여인의 애절함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능소화가
저를 불러 그 앞에 머물게 합니다.
당신을 향해 피는 꽃/ 박남준
능소화를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시 나는 능소화, 하고 불러본다
두 눈에 가물거리며 어떤 여자가 불려 나온다
누구였지 누구였더라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니 늘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여자가 나타났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어 나무에, 돌담에
몸 기대어 등을 내거는 꽃
능소화꽃을 보면 항상 떠올랐다
곱고 화사한 얼굴 어느 깊은 그늘에
처연한 숙명 같은 것이 그녀의 삶을 옥죄고 있을 것이란 생각
마음속에 일고는 했다
어린 날 내 기억 속에 능소화꽃은 언제나
높은 가죽나무에 올라가 있었다
연분처럼 능소화꽃은 가죽나무와 잘 어울렸다
내 그리움은 이렇게 외줄기 수직으로 곧게 선 나무여야 한다고
그러다가 아예 돌처럼 굳어가고 말겠다고
쌓아올린 돌담에 기대어 당신을 향해 키발을 딛고
이다지 꽃 피어 있노라고
굽이굽이 이렇게 흘러왔다
한 꽃이 진 자리 또 한 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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