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정원에서-1

노란매발톱

by 박용기
여름 정원에서-1, 노란매발톱


막 피어나는 새 꽃들이
가득했던 그 집 정원이
이제 여름 꽃들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봄의 끝자락을 잡고 피어난

노란 매발톱꽃

꼬부라지고 날카롭던 발톱을 죽 펴고

어디론가 자유롭게 날아가는

아름다운 새들이 되었습니다.


아마 내년을 기약하며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고 있나봅니다.


이 아이들을 따라

훌쩍 떠나고픈 여름날입니다.




旅行/ 손광세


떠나면 만난다.

그것이 무엇이건

떠나면 만나게 된다.

잔뜩 찌푸린 날씨이거나

속잎을 열고 나오는 새벽 파도이거나

내가 있건 없건 스쳐갈

스카프 두른 바람이거나

모래톱에 떠밀려온 조개껍질이거나

조개껍질처럼 뽀얀 낱말이거나

아직은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떠나면 만난다.

섬 마을을 찾아가는 뱃고동 소리이거나

흘러간 유행가 가락이거나

여가수의 목에 달라붙은

애절한 슬픔이거나

사각봉투에 담아 보낸 연정이거나

소주 한 잔 건넬 줄 아는

텁텁한 인정이거나

머리카락 쓸어 넘기는 여인이야

못 만나더라도

떠나면 만난다.

방구석에 결코 만날 수 없는 무언가를

떠나면 만나게 된다.

산허리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은사시나무 잎새들

배를 뒤집는 여름날

혼자면 어떻고

여럿이면 또 어떤가?

배낭 매고 기차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볼 일이다.




#여름정원 #노란매발톱꽃 #하기동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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