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ic summer-38

배롱나무

by 박용기
119_3684-s-Poetic summer-38.jpg Poetic summer-38, 배롱나무


8월 천지에 가득 피어나는 꽃

붉게 피는 꽃이 흔하지만

흰꽃도 참 예쁘고

연분홍 꽃도 눈에 띕니다.


꽃이 오래간다고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릅니다.

'백일홍'의 소리가 시간이 가면서 변해서

'배롱'으로 되었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꽃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한 가지에서 피고 지고를 반복하여

마치 꽃이 오랫동안 피어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 하나하나를 가까이에서

사진에 예쁘게 담기는 조금 어려운 꽃입니다.

그래서

주로 나무 전체 혹은 군락을
사진에 담습니다.


저는 가지 하나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홍자색으로 피어 있는 꽃,

노란 꽃술,

그리고 앞으로 피어날 꽃봉오리들


여러 모양의 꽃가족이

가지 하나에 모여

옹기종기 사이좋게

여름살이를 합니다.


무더위에도 여름을 꽃으로 물들인

배롱나무 꽃이 있어

이 여름이 아름답습니다.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 /이지엽

생이 아름다운 때가 있다면
필시 저런 모습일 게다.
귄 있는 여자의 눈썰미 같은 꽃
잘디잔 꽃술로 낭랑하게
예 예 대답하는
그러다 속상하는 일이라도 생기면
혼자서 짜글짜글 애를 태우다
말간 눈물 뚝뚝 떨구는

화엄이나 천국도 그러고 보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환한 손뼉소리 끝에
온몸으로 내 사랑 밀물져 오는 여름 한낮
장엄이라든가 경건이라든가
그런 사뭇 딱딱해지는 것이 아니라도
흩지 마라 네 슬픔 흩지 마라 얼굴 검게 탄 바람이
여린 가지의 맨살 나붓이 쓰다듬고 가는
그 잠시에 있는 것

그러면 거기 수만 송이의 꽃들이
죄다 부르르 떨면서 수만 갈래의 길을
우듬지로 위로 받쳐 올리고
나무들은 혼신으로 몸 바깥에 길을 내면서
여름 한낮은 짱짱해지고 짱짱해져서는
이윽고 보여지는 한 틈으로
시원하게 소나기 한 줄금 뿌리기도
하는 것이니

완전한 사랑이란 이를테면 그
소나기 같은 것일 게야
목마름의 절벽에서 飛流直下하며
산산이 깨어지는 물방울
몸과 마음의 경계를 깨끗이 지우는 일
몸도 잊어버리고 몸이 돌아갈 집도 다 잊어버리고
그게 우수수 목숨 지는 것인 줄 다 알면서도

여름 내내 명옥헌 꽃 지는 배롱나무
여자의 환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poetic #summer #배롱나무 #목백일홍 #2021년

매거진의 이전글Poetic summer-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