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8

일몰

by 박용기


일몰 시각에 맞춰
서쪽 바다가 보이는 곳에 올랐습니다.


기대하던 붉은 석양은 볼 수 없었지만

눈앞에 펼쳐진 한 폭의 그림은

나를 꿈속으로 초대합니다.


이 한 해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음을 느꼈습니다.


진도 바다가 준

고마운 선물입니다.




바닷가에서/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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