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여름-3

작은 연못

by 박용기
119_4870-m-s-The summer in Muju-3-3.jpg 무주의 여름-3, 백련


숙소 아래에 작은 연못 하나가 있습니다.


그곳엔 막 피어나는 흰 연꽃 한 송이와

붉은 수련 한 송이가 있었습니다.


전날 오후에 피어 있던

노란 수련은 아침잠에서 깨어나기 전이었습니다.


연못에 있는 작은 분수가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물방울을 연꽃 위에 쏟아내었습니다.


저는 물방울이 맺힌 채

막 피어나는 흰 연꽃에 반해

아침 산책도 잊은 채

그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습니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작은 우주를 보여주듯

물방울이 맺힌 흰 연잎들이

열리는 신비로운 아침이었습니다.


적막함 속에

멀리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던 지난밤은

어릴 적 고향의 여름밤을

기억나게 해 주었고,


아침 산책 중에 만난

작은 연못의 연꽃과 수련은

신비로운 아침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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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과 붉은 수련



119_4691-s-The summer in Muju-3-1.jpg 백련, blooming




여름 아침/ 김수영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 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후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르나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질 햇살이 산 위를 걸어 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위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고뇌여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 내려가는데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

사람들이여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물개질을 하자


여름 아침에는

자애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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