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당신을 지치게 할 때-4
디모르포세카 Dimorphotheca
삶이 당신을 지치게 할 때-4, 디모르포세카 Dimorphotheca
꽃과 빗방울.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사체들입니다.
외손녀를 데리러 학교에 가다
비를 맞고 서 있는 디모르포세카를 만났습니다.
작은 연립주택 입구에 세워져 있는 큰 화분에
흰색 꽃과 함께 심겨 있는 이 꽃에
빗방울이 가득 맺힌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마치
지치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두 팔 벌리고 위로의 기도를 올리는
성자의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무더운 여름을 향해
한 발씩 다가가는 6월이지만,
그래도 꽃이 있고
그 꽃을 마음의 화병에
담아둘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소확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 마태복음 11:28
6월에/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 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 오는가
밝아 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짓는 은발의 소녀 마아가렛
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그것은 미풍일까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그것은 그러한 선율일까
이유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의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삶이_당신을_지치게_할_때 #디모르포세카 #빗방울 #마음의_꽃병 #202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