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4

칡 꽃

by 박용기
111_7027-s-Beginning of autumn-4.jpg 가을의 시작-4, 칡 꽃




원래 한 여름에 피어나는 꽃이지만
지금도 꽃대의 끝 부분에
오묘한 보랏빛 꽃을 달고 피고 있는 꽃
칡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코를 대보면

향기가 참 좋은 꽃입니다.


비록 덩굴은 모든 식물을 감고

저 혼자만 살겠다고 억척을 떠는 식물이지만,

어릴 적 캐어 먹던 칡뿌리의

달착 쌉쌀한 맛은

지금도 향수를 불러옵니다.


뿌리뿐만 아니라 꽃도

향기와 함께 말리면

갈화차라는 꽃차가 된다고 합니다.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 피어나는 칡꽃을 보니

분명 가을의 시작입니다.





칡꽃 같은 사람/ 백승훈


초록그늘 한껏 짙어진

여름 산길 위로

보랏빛 칡꽃이 소복히 떨어져 있다

허공이라도 움켜쥘 듯

한사코 넝쿨손을 뻗어

한 세상 넉넉히 이룬 칡넝쿨

질기고 모진 목숨인 줄만 알았는데

이리도 고운 꽃을 간직하고 있었다니

너른 잎사귀 뒤에 숨어 피어

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눈에 띄는 꽃

세상과 맞설 땐 칡넝쿨처럼 악착스러워도

가슴엔 칡꽃 향기를 품고 사는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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