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3

무릇 꽃

by 박용기
111_7210-s-Beginning of autumn-3.jpg 가을의 시작-3, 무릇 꽃



가을 들판에 피어나는 무릇 꽃
늘 이맘때면 저는 이 꽃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이 하도 더워

주변에서 잘 안 보이더니

어제 아내와 외손녀가 산책을 하다

무릇 꽃이 가득 피어난 곳을 발견했다고 알려줬습니다.


출근길에 잠시 들러 보니

정말 ‘무릉도원’이 아니고

‘무릇 초원’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아 어떻게 사진에 담을지 막막했습니다.


모두를 다 아름답게 담는 일은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모두를 배경으로 깔고

똑똑한 놈 하나만

잘 담기로 했습니다.


초가을 아침의 정취가 느껴지시나요?


무릇(학명: Scilla scilloides)은

비짜루과(아스파라거스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우리나라 원산이며 일본과 중국에도 서식합니다.

물구, 물굿, 물구지라고도 부른다고 하네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닌 저는

무릇 뿌리를 캐서 교실 마루 바닥에 문질렀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습니다.


거칠거칠했던 마루 바닥이

조금 매끈해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시 9월입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도

탐스러운 열매 하나쯤 키우는

그런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9월/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가을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 오래 그리고 많이.




#가을의_시작 #9월 #무릇_꽃 #동네-풀밭 #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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