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2

by 박용기
111_6928-s-Beginning of autumn-2.jpg 가을의 시작-2, 사위질빵




9월을 걷다
숲가에서 하얗게 밝은 미소로 나를 부르는
무언가를 발견하였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위질빵 꽃입니다.


아직 여름이 다 가지 못하고

구절초도 아직 피어나지 않은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에

이 아이를 만난 건 행운 같은 느낌이 듭니다.


줄기가 연하고 잘 끊어져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예부터 사위가 오면 씨암탉 잡는다고 하는데,

옛 풍습 가운데에는 추수 때,

사위를 불러다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귀한 사위가 힘들까 봐

장모가 다른 일꾼들 몰래

사위가 짊어진 짐을 덜어 내곤 했는데,

그걸 본 사람들이

그렇게 가벼운 짐이면

잘 끊어지고 연약한 덩굴인 사위질빵으로

지게 질빵을 만들어도 안 끊어지겠다며

사위를 놀렸다고 합니다.

그런 연고로 이 덩굴은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흰꽃 잎 속에 연노랑빛이 감도는 작지만 화려한 꽃

사위질방 꽃으로 가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구월/ 박정순


댓바람에 실려온 목소리 있어

내 앞에서 아기작거리는 여름

떠밀고

싸리문 황망히 밀어 젖혔지


무성한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만 귓가를 스칠 뿐

보이는 것은

푸르른 녹음과

휘적휘적 사라지는 여름의 뒷모습


그 무슨 인연의 끈으로 만나

그리움 한 줌 남기고

아픔 한아름 허공에 흩날린

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

그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여름을 보내며 후회하네


여름도 가는 여름날

바람소리

풀잎소리로

엷은 투명옷 입고 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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