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7

며느리밑씻개

by 박용기
9월의 시-7, 며느리밑씻개


9월의 풀밭에서
보일 듯 말 듯 피어있는 작은 꽃


풀밭을 그냥 지나치면

불그레한 꽃망울만 보여

피어난 꽃 속을 보기 힘든 꽃

며느리밑씻개입니다.


가시가 워낙 드세

꺾어서 화병에 꽃을 수 없는 꽃이지만

그 앞에 앉아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렇게 아름다운

꽃 속을 보여줍니다.

혹시 이렇게 핀 며느리밑씻개 꽃을 본 적이 있나요?


늘 이름이 참 거시기하다 생각했는데,

이 이름은 바로 일재의 잔재라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풀꽃을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의 밑씻개’(ままこの しりぬぐぃ, 마마코노시리누구이)라고 하는데,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바꾸어 놓은 것이고 합니다.


본래 우리 고유의 명칭이 있습니다.

‘사광이아제비‘

하지만 현재 공식 명칭이 며느리밑씻개로 되어 있습니다.

최근에 이런 이름들을

원래 우리말 이름으로 되돌리자는 청원도 있습니다.

원 이름을 찾아가는 길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꽃말은 시샘 혹은 질투입니다.


무언가를 잘 감고 오르기 위해

줄기엔 가시가 가득하겠지만

이 때문에

사납고 시샘 많은 질투쟁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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