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로 잠시 다녀온
가족과의 주말여행은
이제 추억 속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첫날 늦게 도착하여
바비큐를 준비하느라
서둘러 불을 피우고
차콜에 불이 붙을 때까지 기다리며
빨갛게 피어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잠시 불멍에 빠졌습니다.
둘째 날 아침 산책에서 만난 서리꽃은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을
사진 속에 남겨놓았습니다.
무주의 가을은 빨라
벌써 들꽃들이 모두 사라지고
마른 꽃자리에는
저마다 다른 모양의 씨앗이 맺혀있고
그 위에 하얀 서리꽃이 피어났습니다.
사과나무에는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파란 가을 하늘과 함께
풍성한 가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사과 따기 체험에 진심이었던 외손녀는
제법 큰 봉투에 가득
붉고 큰 사과를 빠르게도 채워놓았습니다.
숙소를 떠나오기 전
앞 뜰에 나가 대나무와 마른 꽃을 보다
철 지난 팥꽃나무 꽃을 발견했습니다.
원래 봄에 피는 꽃인데
이 가을에 몇 송이가 피었습니다.
마치 꽃이 없어 아쉬워하는
저를 위해 피어난 꽃처럼.
여행은 늘
익숙한 것을 떠나
낯선 것과의 만남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나 자신도
조금은 더 새로워져 돌아오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가을에 떠났던
짧은 가족 주말여행이었지만,
한 해의 가을걷이처럼
이 가을 그리고 겨울을 살아갈
마음의 양식이 될 것입니다.
가을여행2/ 김한규
늦은 오후의 강둑 길은
오래전 사진 속 정지된 시간처럼 적막하다
바람도 잠들어
은빛 강은 잘 갈무리된 한 장의 수채화
거꾸로 선 나무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긴 목을 강물에 박고도
어이 저리 숨결 고울 수 있는지
허무로 가득 찬 강빛에 잠시 시선을 빼앗긴 사이
아가씨 손톱 같은 낮달이 산 머리에 올라앉았다
늦은 가을 저녁 강
그 침묵의 언어에 나무의자 하나를 권했다
그때 강의 표정은 슬픔이었는지
아름다움이었는지
혹은 그리움이었는지
산허리를 감아도는 레미콘 차량 한 대가
회색 어둠으로 사라지며 귀가를 종용했다
돌아서는 등 뒤로 이제 곧 강빛 가장자리부터
성근 별들이 뚝뚝 떨어지면
갈대숲도 강으로 더 가까이 다가앉으며
토닥토닥
지난밤 못다한 이야기 다시 이어가겠지
쓸쓸함에 대하여
이별에 대하여
지난밤 구름과 바람의 위험한 사랑에 대하여
축복이다
野菊(들국화) 향기에 취하다
강물 위를 밤새워 걷다
물안개 입자가 되다
한방울 물이 되어 강과 한 몸으로 흐르다
분명 축복이다
22살엔 왜 이토록 사랑하지 못했는지
#가을 #여행 #무주 #서리_내린_아침 #마른풀 #불멍 #팥꽃나무 #2021년_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