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가을-7

국화

by 박용기
무주의 가을-7, 국화



찬 이슬에 대부분의 꽃들이 사라져 가는 계절에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있습니다.


머물던 숙소 옆

지금은 문을 닫은 듯한

한 펜션의 넓은 마당 끝과 축대에

국화가 참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텅 빈 마당에는 정적이 감도는데

한 구석에 메어있던

강아지 한 마리만

꽃에 이끌려 잠시 들어간 저를 보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짖어대었습니다.


국화는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처럼

오히려 서리가 내려야

제 모습으로 피어나는 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하나님이 꽃을 만들 때

가장 나중에 만든 꽃이라는 국화가

이 가을의 끝에서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저에게

가을 끝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님의 배려 같은 꽃입니다.












가을꽃 국화/ 안경원


해는 저만큼 물러서고

들판에 떨어져 남은 낟알들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리고

굴참나무 숲은

그 많은 잎을 다 쏟아내고 있다

하루하루 도토리 여물고

하루하루 강물 차가워질 때

살아있음이 눈물겨운

가을 꽃 국화

땅의 열기 식도록

향기 담고 있다가

사람들 무채색의 시간을 덮으며

한 뼘씩 점령한다

남아 있는 날들을 물들인다.



#가을 #무주 #여행 #국화 #2021년_10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주의 가을-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