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의 가을-6

수크령

by 박용기


강아지 풀을 닮았지만
훨씬 크고 우아한 풀


수크령이 가을을 향해

팔을 벌립니다.


자료에 의하면

볏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그령'이 있습니다.
이를 '암크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암꽃 수꽃이 피는 식물은 아닙니다.
수크령이 그령처럼 여기저기 많지만
훨씬 억세고 꽃이삭의 모양이 남성스러워
숫그령이라 하였고
이 수그령이 변해 수크령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령은 '그러매다'(두 끝을 당기어 매다)를 어원으로
'그렁'이 '그령'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31735)


흔히 수크령을 결초보은(結草報恩)의 풀이라고 합니다.

'그렁'의 어원과 통하는 이야기 같습니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춘추좌씨전이라는

중국 고서에서 나온 사자성어라고 합니다.


옛날 중국 춘추시대 때,

진나라의 위무자는 병에 걸리자 아들 위과에게

자기가 죽으면 위과의 서모(위무자의 후처)를

개가시켜 순사(남편과 함께 순장되어 죽는 것)를

면하게 하라는 유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어 정신이 혼미해지자

유언을 번복하여 당시의 풍습대로

서모를 자살하도록 하여

같이 묻어달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위무자가 죽자 아들 위과는

아버지가 번복한 유언을 따르지 않고

서모를 개가시켜 살렸다고 합니다.


훗날 위과가 전쟁에 나가 적에게 쫓겨 위태로울 때,

서모 아버지의 죽은 혼이 나타나

싸움터에 자라던 그령(수크령)을 서로 잡아매어

추격하는 적이 다 걸려 넘어져서

위과의 목숨을 구했다는

결초보은의 전설이 있습니다.

(출처: 서울숲 소식, https://seoulforest.or.kr/13391)


어느새 가을이

우거진 수크령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떠나가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나 봅니다.


이제

수크령을 매어놓고

떠나가려는 가을의 발목이라도 붙잡아

우리 곁에 오래 머물라하고 싶습니다.







11월의 노래/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무주 #가을 #수크령 #주말여행 #2021년_10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무주의 가을-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