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단풍
수목원의 숲에도 가을은 깊었습니다.
큰 떡갈나무 아래에
작은 나무
나무는 작아도 커다란 잎들이
가을꽃처럼 물들었습니다.
떡갈나무는 참나무에 속입니다.
이름의 유래가 크게 두 가지 버전이 있네요.
국어학자들은
'덥갈+나모 = 덥갈나모'가 되고
이것이 변하여 '떡갈나무'가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민속학자들은
이 나무의 잎에
떡을 싸서 쪄먹은 데서 유래하였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시루떡을 찔 때
넓은 떡갈나무 잎을 깔고 찌기도 합니다.
그런데
1820년경 유희가 여러 가지 사물을 한글과 한문으로 풀이한 사전인
물명고(物名攷))에는
떡갈나무의 옛 이름이 떡과 관련이 없는
덥갈나무로 되어 있어 국어학자들의 주장이 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열매는 잘 아는 것처럼
도 토 리.
다람쥐가 좋아하는 겨울 양식입니다.
다람쥐들은 겨울을 대비해 도토리를 땅에 숨겨둔다고 하는데,
너무 많이 숨겨두어
때로는 다람쥐들이 주소를 헷갈려
봄까지 찾아먹지 못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런 도토리는 새봄이 되면 싹이 나
떡갈나무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아마 이 작은 떡갈나무도
건망증이 좀 있는 다람쥐의 작품인가요?
아니면 양식을 내어주는 떡갈나무에 대한
다람쥐의 배려일까요?
가을 숲은 쓸쓸해 보이지만,
따스한 마음을 가진
나무들이 있어
작은 떡갈나무의 큰 미소처럼
밝고 아름답습니다.
가을 떡갈나무 숲/ 이준관
떡갈나무 숲을 걷는다. 떡갈나무잎은 떨어져
너구리나 오소리의 따뜻한 털이 되었다. 아니면,
쐐기집이거나, 지난 여름 풀 아래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벌레들의 알의 집이 되었다.
이 숲에 그득했던 풍뎅이들의 혼례(婚禮),
그 눈부신 날개짓소리 들릴 듯 한데,
텃새만 남아
산(山) 아래 콩밭에 뿌려 둔 노래를 쪼아
아름다운 목청 밑에 갈무리한다.
나는 떡갈나무잎에서 노루 발자국을 찾아 본다.
그러나 벌써 노루는 더 깊은 골짜기를 찾아,
겨울에도 얼지 않는 파릇한 산울림이 떠내려 오는
골짜기를 찾아 떠나갔다.
나무 등걸에 앉아 하늘을 본다. 하늘이 깊이 숨을 들이켜
나를 들이마신다. 나는 가볍게, 오늘 밤엔
이 떡갈나무숲을 온통 차지해 버리는 별이 될 것같다.
떡갈나무숲에 남아 있는 열매 하나.
어느 산(山)짐승이 혀로 핥아 보다가, 뒤에 오는
제 새끼를 위해 남겨 놓았을까? 그 순한 산(山)짐승의
젖꼭지처럼 까맣다.
나는 떡갈나무에게 외롭다고 쓸쓸하다고
중얼거린다.
그러자 떡갈나무는 슬픔으로 부은 내 발등에
잎을 떨군다. 내 마지막 손이야. 뺨에 대 봐,
조금 따뜻해질거야, 잎을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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