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봄-10

by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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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지만
카페 안 테이블 위에는
화병에 분홍 천일홍이 꽂혀있었습니다.


천일홍은 봄꽃은 아니지만

겨울에 만나니

봄꽃처럼 느껴집니다.


보통 짙은 붉은색으로 피는 꽃만 보았는데

핑크빛으로 곱게 핀 꽃을 보니

창밖의 겨울 햇살이

따사로운 봄햇살처럼 느껴졌습니다.


꽃이 백일홍보다도 오래 피어

천일홍!

그래서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입니다.


봄이면 잊지 않고 따뜻함과

아름다운 꽃들을 보내어

추운 겨울을 이겨낸

우리를 위로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 또한

'변치 않는 사랑'입니다.



천일홍/ 정소란


소스라친 모습으로 나를 보던 날은

풋물이 터질듯 한 하늘을 받친

훤칠한 정자에 앉았다가 오던 길


야윈 대궁에 눈길도 뜨거워

꽃은 열병에 타고 있어

단봉(丹鳳)을 보낸 가슴을 닮았던 그대


누구도 빤히 들여다보고

그대의 시간을 알려고 하지 않으니

지금부터는 평조(平調)의 노래를 준비하오


땅으로 다시 스며드는 모습이 부끄러울 것도 없으나

그래도 서운한 사람 몇 몇은

황홀한 천일을 다시 보고 싶으니

얼마동안은 그대로 있어주겠지만


삭은 뿌리들이 마음대로 움직이고

저린 잎맥들은 풀 먹은 빗소리를 기다리는

늙은 노새의 발과 같아

나는 애석한 그대의 시간에 시를 몇 줄 얹을 테니

가을볕에 고단한 천개(千個)의 절개를 기록하오


그것도 모자란다면

무수한 진언을 다진 나의 영토를

수척한 여인의 발 같은 그대 밑둥에

단단히 밀어 넣어 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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