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과 행복을 전하는 색, Yellow
Science behind colors, 노란색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우리 쇼트트랙 선수들은 초반에 편파 판정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남녀 1500 m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금메달을 딴 최민정 선수와 황대헌 선수의 가슴에서 노랗게 반짝이는 금메달과 함께 게양되는 태극기와 베이징에서 울려 퍼진 애국가는 가슴을 뭉클하게 하였다.
금이 노란 이유
금은 오래전부터 귀하고 비싼 금속으로 인식되어 수천 년 이상 화폐로 쓰였다. 결혼 예물과 같은 장신구와 화려한 건축물의 장식을 위해서도 사용되었으며, 근래에는 치과 재료나 전자제품의 제조에도 많이 사용되는 금속이다.
그렇다면 금은 왜 노란색일까?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금은 다른 금속과 달리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 계열의 빛을 흡수하고 파장이 긴 노란 계열의 빛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금속에서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현상은 금속의 전자 상태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데, 원자 번호가 79인 금의 전자들은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라가는데 필요한 외부 에너지가 가시광선의 파란색 빛의 에너지와 일치하게 되어 파란색 빛을 흡수하고 노란 계열의 빛은 반사하게 된다. 한편 원자 번호가 47인 은(silver)의 전자들은 에너지 상태가 높아지기 위해서 가시광선의 파란빛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시광선을 반사하게 되어 은 특유의 백색 광택이 나게 된다.
노란색은 영어로 yellow인데, 초기 게르만어 gelwaz(황색)에서 왔으며, 인도-유럽어의 금(gold)과 yell(소리치다)을 뜻하는 ghel-과 같은 의미다. 즉 yellow는 어원부터 금(gold) 색과 연관이 있다. 우리말 ‘노란색’은 ‘땅의 빛깔’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땅을 의미하는 ‘누리’에서 ‘놀’로 바뀐 후 ‘노란’으로 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봄의 색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얼음새꽃(복수초), 이른 봄 물가에 피어난 수선화, 남쪽의 봄을 전해주는 제주의 유채꽃, 그리고 이른 봄 구례 마을을 노랗게 물들이는 산수유 등 봄은 노란색의 꽃들과 함께 찾아온다. 그런데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대체적으로 노란색 혹은 흰색의 꽃이 많다. 왜 그럴까?
식물학자들에 의하면 꽃가루받이를 담당하는 곤충들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벌이나 나비가 많지 않은 이른 봄에는 꽃을 찾아와 수정에 도움을 주는 중매쟁이로는 꽃등에와 같은 파리가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파리들은 색을 잘 볼 수 없다. 하지만 흰색이나 노란색은 많은 양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파리에게는 검게 보이는 나무나 풀의 초록색과 대비되어 밝게 보인다. 수정의 매개체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곤충은 벌이다. 하지만 벌은 빨간색을 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벌을 유혹하기 위한 꽃들은 밝은 흰색 혹은 노란색 그리고 벌이 볼 수 있는 자외선을 내는 푸른 계열의 꽃을 피운다. 반면 나비는 붉은색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비를 주 고객으로 하는 꽃들은 붉은색, 핑크색 혹은 보라색 꽃을 피운다.
노란 꽃의 노란색은 꽃 속에 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라는 색소 때문이다. 플라보노이드라는 말은 노란색을 의미하는 라틴어 ‘플라부스(flavus)’에서 왔다. 플라보노이드는 노란 꽃뿐만 아니라 다크 초콜릿, 딸기, 블루베리, 피칸, 호두, 계피 등에도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이다.
노란 스쿨버스
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아이들이 있다. 특히 조금 떨어져 있는 유치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노란 유치원 차를 타고 등원과 하원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많은 초등학생들도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와 하교를 한다. 스쿨버스의 노란색은 1939년에 결정되었다. 당시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사범대학 교수였던 프랭크 W. 시르(Frank W. Cyr) 박사가 주관한 콘퍼런스에서 여러 가지 색에 대한 논의 끝에 다음의 3가지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노란색을 스쿨버스 색으로 결정하였다.
첫째, 노란색은 사람들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끄는 독특한 색이다.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노란색이 눈에 가장 잘 띄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도로를 내려다볼 때 많은 차들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도 노란색 차는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둘째, 노란색은 많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어두운 조명 조건에서도 비교적 잘 보인다. 스쿨버스는 아침 일찍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때문에 특히 겨울철에는 조금 어둑할 경우도 있어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이 가장 적합하다.
셋째, 인간의 주변 시력은 노란색을 가장 잘 인식한다. 이 점이 스쿨버스를 노란색으로 칠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노란색을 감지하는 측면 주변 시력이 파장이 길어 눈에 잘 띄는 색 중의 하나인 빨간색보다도 1.24배 더 크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사물을 보면서도 측면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인식할 수 있는데, 그런 측면에 있는 노란색의 물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다른 색의 물체에 비해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 속의 노란색
노란색은 가시광선의 파장이 초록과 주황의 가운데 위치하며, 대략 파장이 570 nm에서 590 nm이다. 노란색은 페인팅이나 인쇄에 사용하는 물감의 3 원색 중 하나다. 칼러 TV나 컴퓨터 모니터와 같은 RGB 색 모델에서는 노란색은 빨간색과 녹색 빛이 동일한 강도로 혼합될 때 만들어지는 2차 색이다.
식물이나 동물에서 노란색이 나타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색소 때문이며, 이 색소들이 다른 파장의 빛은 흡수하고 노란색에 해당하는 파장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식물이나 동물에서 노란색과 관련된 색소로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가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엽록소와 함께 식물의 광합성 색소의 하나로 크게 카로틴류와 크산토필로 나뉜다. 카로틴이라는 이름은 이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당근(carrot)으로부터 왔지만, 옥수수, 수선화, 미나리아재비류 및 바나나 등의 색을 담당하는 색소다. 또한 익힌 바다 가재의 붉은색, 홍합 색과 연어의 분홍색, 카나리아의 황색도 이 색소 때문이다.
크산토필(xanthophylls)은 가장 일반적인 황색 안료다. 이름은 ‘노란색’을 뜻하는 그리스어 ‘크산토스 (xanthos, ξανθος)’와 ‘잎’이라는 뜻의 ‘필리온 (phyllon, φύλλον)으로부터 왔다. 크산토필은 녹색 식물의 잎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지만, 동물들은 식물 먹이를 통해 섭취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닭고기 노른자, 지방, 피부의 노란색은 닭이 먹는 사료로부터 오게 된다. 그래서 양계업자들은 달걀노른자를 더 노랗게 만들기 위해 사료에 보통 루테인 형태의 크산토필을 첨가하기도 한다.
가을이 되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나뭇잎 속에 있던 녹색 계열의 엽록소가 파괴되면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주로 남게 된다. 카로틴이 많은 상태에서는 적색의 단풍이 되지만, 크산토필이 많은 식물은 은행잎처럼 노란색의 단풍이 들게 된다.
노란색 물감
인류 최초의 노란색 물감은 오커라는 노란 황토흙이었다. 17,000년 전에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에 그려진 말은 이 물감으로 채색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황색이 영원불멸한 금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무덤 그림에 많이 사용하였다. 그들이 사용한 물감은 오르피멘트(orpiment)라는 안료인데, 짙은 오렌지색의 황화 비소로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오래전부터 유화나 수채화에 사용되던 투명하고 형광색이 나는 노란 물감 중에는 인디언 옐로 (Indian yellow)가 있다. 주성분은 옥살산 마그네슘인데, 오래전 인도에서는 이 물감을 망고 잎만 먹은 소의 소변에서 얻었다고 한다. 요즘은 합성 인디언 옐로가 사용되고 있다. 오래된 합성 안료 중에는 네이플스 옐로(Naples Yellow)가 있다. 아주 강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선명한 노란색으로 화가들이 애용한 물감이지만, 주성분이 안티몬산 납으로 유독하기 때문에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안전한 무독성 무기 티탄산 같은 독성이 없는 물질의 안료로 대체되었다. 19세기 중반부터 사용되던 카드뮴 옐로 역시 독성으로 인해 현재는 아조 화합물(azo compound)로 대체되었다. 19세기 초반에 사용되던 크롬 옐로 역시 납이 함유된 안료이기 때문에 독성이 있어 안전한 물감으로 대체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노란색을 사랑한 화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남프랑스의 아를에서 작은 집을 임대하여 기거하면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그때 그린 그림 중 1889년에 그린 유명한 ‘해바라기’는 노란 물감을 많이 사용하여 그린 그림이다. 그는 1809년에 처음 제조된 크롬 옐로와 1820년에 처음 만들어진 카드뮴 옐로를 사용하였는데, 네덜란드와 벨기에 과학자들이 2년간 X레이 장비를 이용해 고흐의 '해바라기'를 분석한 결과 그림 속의 노란 꽃잎과 줄기가 올리브 갈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유는 고흐가 크롬 성분이 들어있는 두 종류의 노란색 물감을 사용했는데 이 중 하나는 빛에 노출되면 색이 쉽게 바랠 수 있기 때문이다.
1889년에 그린 고흐의 14 송이 해바라기 https://m.blog.naver.com/jrkimceo/220484680161노란색의 심리학
노란색은 다른 색에 비해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 색이다.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색에 대한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노란색은 정신 활동을 증진하고, 의식을 높여주며, 에너지 레벨을 증가시키고, 대사율을 높여준다고 한다. 팬톤 색체 연구소(Pantone Color institute)의 색체 전문가인 리트리스 아이즈먼 (Leatrice Eiseman)은 지난 30년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색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노란색을 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햇살’, ‘따뜻함’, ‘쾌활함’, ‘행복함’이며 때로는 ‘장난스러움’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노란색에 대한 느낌은 태양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태양은 백색광을 발산하지만 우리에게 태양빛이 오는 도중 파장이 짧은 푸른 계열의 빛들이 대기 중에서 산란되어 노란 계열의 빛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란색이 계절성 정서 장애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2010년, 사우스 맨체스터 대학 병원의 연구원들은 검은색, 흰색, 회색,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녹색, 파란색, 보라색, 갈색, 분홍색으로 구성된 컬러 휠을 만들어 사람들의 색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을 경험하지 않은 300명의 "건강한" 참가자들과, 우울증이나 불안을 경험했던 22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정의하는 색깔을 고르라고 요청했다. 두 그룹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란색을 가장 끌리는 색으로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건강한' 참가자들은 노란색을 자신의 기분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색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노란색이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긍정의 색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2014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스포츠 바의 종업원들이 30일 동안 갈색 머리에서 금발로 머리를 염색했을 때 더 많은 팁을 받았다. 반대로 원래 금발인 웨이트리스가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했을 때에는 팁이 감소하였다. 이 연구는 282번의 교대 근무와 8000개의 테이블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확실한 이유는 찾을 수 없지만, 금발이 사람들에게 더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눈에 확 띄는 노란색의 성질 때문에 광고나 회사의 로고에서도 노란색을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 렌터카 업체인 Hertz, 타이어 회사인 Goodyear, 카카오톡, 이마트 등이 로고에 노란색을 사용하고 있다.
노란 차를 모는 사람들은 더 행복한 사람들이며 위험 회피를 덜 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또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봄 더 행복하고 밝아지기 위해 노란색을 많이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이 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사보 <KRISS> 2022년 봄호에 기고한 저의 과학칼럼입니다.
* 일부 사진과 그림 출처: pixbay, <KRISS> 2022년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