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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Jun 19. 2022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색, 파랑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NASA


우리가 사는 별, 지구는 먼 우주에서 바라볼 때 어떤 모양으로 보일까? 역사상 가장 유명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사진은 1990년 태양계 탐사선인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0억 km 떨어진 우주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코스모스’라는 책과 다큐멘터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보이저 1호의 사진 촬영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설득해 보이저 1호의 방향을 지구로 돌려 사진을 찍게 하였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진에서 지구는 보이저 1호의 관측장비에 햇빛이 산란돼 형성된 밝은 색 띠 안의 아주 작은 점으로 간신히 나타났다. 이 사진에 영감을 받아 칼 세이건은 1994년에 <창백한 푸른 점>(영어 원 제목: Pale Blue Dot)이라는 책을 썼고 그 후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리게 되었다.  


Apollo 10에서 바라본 지구, NASA


지구가 푸르게 보이는 이유


이보다 20여 년 전인 1972년, 아폴로 계획의 마지막 유인 탐사선인 아폴로 17호는 훨씬 가까운 우주에서 둥글고 푸른빛으로 빛나는 지구를 촬영했다. 당시 이 지구 모습 사진을 본 사람들은 지구를 ‘푸르게 빛나는 보석 같은 존재’, 즉 블루 마블(Blue Marble)이라 표현했다.


지구가 푸르게 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구가 가지고 있는 대기와 물 때문이다. 태양 빛에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이 포함되어 있다. 가시광선은 다양한 주파수의 전자기파로 파장이 가장 짧은 보라색(380 nm ~ 450 nm)에서부터 파장이 가장 긴 빨간색(630 nm ~ 750 nm)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중 파란색은 파장이 450 nm ~ 495 nm로 보라색 다음으로 짧은 파장을 가지고 있으며 그 파장의 범위도 좁다. 태양 빛이 대기층을 통과하는 동안,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소와 질소 분자는 태양 빛을 흡수한 후 파장이 짧은 파란색에 해당하는 빛을 모든 방향으로 다시 방출하는 레이레이 산란(Rayleigh scattering)을 일으킨다. 이렇게 사방으로 흩어진 파란색의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면 우리는 하늘을  파란색으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지구는 많은 물을 표면에 가지고 있다. 지표면의 71 %를 바다가 덮고 있어 우주에서 바라보면 파란빛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29 %의 대지는 녹색과 갈색 그리고 흰색 등 다양한 색으로 보이게 된다.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이유는 물이 햇빛 중 긴 파장에 해당하는 빛을 흡수하고 파장이 짧은 파란빛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자연에는 왜 파란색이 드물까?


지구는 생명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요소, 즉 공기와 물이 있는 별이기 때문에 파랗게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다양한 색상의 꽃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파란색 꽃이 드물다. 파란색 꽃은 28만여 가지의 꽃 피우는 식물 중 10 % 미만이다. 동물 사이에서 파란색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이유는 바로 파란색을 내는 천연물감이 자연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꽃이나 동물의 천연염료는 주로 유기물질로 이루어졌으며, 들어오는 햇빛에서 필요한 파장 부분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함으로써 우리 눈에 고유의 색으로 인식되게 한다. 파란색은 녹색이나 붉은색에 비해 파장이 짧아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파란색 빛은 식물 속 유기물질 내에서 전자 상태를 더 높은 에너지 상태로 올려놓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식물 내에서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거의 반사되지 않는다. 즉 식물은 빛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데 있어 높은 에너지의 파란색 빛을 다른 색의 빛보다 더 선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 염료는 파란색 빛을 흡수하고 녹색이나 붉은색 빛을 반사시켜 우리 눈에 녹색이나 붉은색으로 보이게 된다.




파란색의 심리학


파란색은 일반적으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 색이지만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색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며 모든 사람들이 다 가장 좋아하는 색은 아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색이기도 하다. 파란색은 때로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같은 느낌을 주어 ‘코로나 블루’와 같이 우울함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피카소의 그림 중에 ‘청색 시대(blue period)’에 그린 그림들은 외롭고 쓸쓸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Picaso-Mother and Child, 1902 (http://www.spainlifestyle.com/2019/08/looking-behind-picassos-pervas)



파란색은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사무실을 파란색 계열로 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파란색은 식욕을 감퇴시키는 색이기 때문에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서는 파란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으라고 권하기도 한다. 


파란색은 물과 연관되기 때문에 지도에서 강과 바다는 파란색을 사용하며 많은 생수 병의 포장지는 파란색 계열을 사용한다. 물과의 연관성에서 출발하여 파란색은 순수함과 깨끗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 많은 약품이나 건강 관련 제품 브랜드의 로고에도 사용된다. 칫솔 관련 제품 ‘오랄비(Oral-
 B)’, 독일 바이어스도르프의 세계적인 스킨로션과 바디케어 브랜드 ‘니베아(NIVEA), 콘택트렌즈 세척액 ‘renu’ 등이 그 예다. 또한 파란색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SNS 회사인 ‘페이스북’, ‘트위터’ 및 ‘링크드인(LinkedIn)’의 로고는 파란색을 사용한다.  


생명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우리 별, 지구는 한시라도 없으면 우리가  살 수 없는 공기와 물로 인해 푸르게 빛난다. 이 지구가 영원히 파랗게 빛날 수 있도록 환경을 보호하고, 파란색의 상징처럼 맑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 




*이 글은 세아그룹의 사보 <세아 가족> 2022년 5-6월호에 실린 제 칼럼입니다.

* 별도 설명 없는 그림 출처: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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