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목련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두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외손녀와 벨크로로 만든
찍찍이 캐치볼이라는 것으로
공 받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구가 오래된 것이어서
제가 공을 받는 순간
손에서 분해가 되면서
공이 뒤로 떼구루루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공을 주으러 가는데
공이 작은 도랑으로 굴러들어갈 것 같아
공을 잡기 위해 몸을 좀 빨리 움직이다 그만
어디에 걸렸는지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인 일이라
어떻게 넘어졌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한쪽 눈에서 별 무더기가 번쩍이며
너무도 아팠습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휴지를 꺼내 다친 부분에 대어보니
다행히 피가 많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외손녀가 놀라 달려와
괜찮냐고 걱정스럽게 묻기에
놀라지 않게 "괜찮아"하며 안심시키긴 했지만,
실은 근래 들어 가장 아픈 경험이었습니다.
안경알 한쪽이 심하게 긁혔고
안경다리는 옆으로 크게 벌어졌습니다.
가까운 병원에 가
상처 부분을 보여주니
다행히 꿰매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면서
소독을 하고 눈 주위에 밴드를 덕지덕지 붙여주었습니다.
병원 옆 단골 안경점에 들러 안경다리를 수선하고
안경알은 주문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 거울을 보니
눈 주위가 붇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과 함께
퍼렇게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내에게
"이 정도만 다친 게 감사할 일이지.
그런데
마치 부부싸움을 하다
사나운 아내에게 한 방 얻어맞은 것 같다"라고 말하며
함께 웃었습니다.
마음의 나이와 몸의 나이 차이를 망각한
경거망동의 처참한 결과였지요.
공이 도랑에 빠져도 주워내면 그만인 것을
'뭐 그리 급하게 서둘 일도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더 내려놓고 천천히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름다운 목련도
마음속에는 이리 아름답게 남아 있지만,
때가 되면 갈 길을 가야 하는 자연의 순리.
그 순리 또한 아름다운 봄입니다.
4월의 시/ 이해인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사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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