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12

앵두꽃

by 박용기
120_9335_34-st-s-At spring-12.jpg 이 봄에-12, 앵두꽃


외손녀의 초등학교 근처
민 씨 종가 담장 너머로
하얗게 앵두꽃이 피었습니다.


이 앵두나무는

키는 작지만 오래되었는지

보통의 앵두나무보다

고목 같은 느낌의 나무여서

기와지붕의 낮은 담장과

참 잘 어울립니다.


앵두꽃은 닮은꼴의 봄꽃들 중

매화나 살구꽃 그리고 벚꽃처럼

화려하거나 멋진 꽃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골의 정감이 느껴지는

서민적인 봄꽃입니다.


하얀 꽃이 지면

꽃 진 자리에

지나간 봄을 가슴에 안고

붉은 앵두가 하나씩 매달립니다.


앵두꽃에 관한 시를 찾다가

조용미 시인의 시 한 편을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 시 같아

몇 번을 읽고

장석주 시인이 쓴 선문답 같은 해설도 읽었습니다.

그래도 깊은 뜻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라는 구절은

가슴에 와닿습니다.


이 봄

내가 꽃나무 앞에 자주 머무르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요?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조용미

꽃 피운 앵두나무 앞에 나는 오래도록 서 있다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부암동 自沙室은 숲 그늘 깊어
물 없고 풀만 파릇한 연못과 돌계단과 주춧돌 몇 남아 있는 곳

한 나무는 꽃을 가득 피우고 섰고
꽃이 듬성한 나무는 나를 붙잡고 서 있다

이쪽과 한끝과 저쪽 한켠의 아래 서 있는
두 그루 꽃 피운 앵두나무는
나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아주 가깝지 않게 떨어져 있는데
바람 불면 다 떨구어버릴 꽃잎을 위태로이 달고 섰는
듬성듬성한 앵두나무 앞에서 나는


멀거니 저쪽 앵두나무를 바라보네
숨은 듯 있는 별서의 앵두나무 두 그루는
무슨 일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네
한 나무는 가득, 한 나무는 듬성듬성

나는 두 나무 사이의 한 지점으로 가서 가까운 꽃나무와
먼 꽃나무를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네
앵두가 열리려면 저 꽃이 다 떨어져야 할 텐데
두 그루 앵두나무 사이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을
나는 어디에 물어야 할지
무슨 부끄러움 같은 것이 내게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



*이 시에 대한 장석주 시인의 설명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s://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08121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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