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꽃
외손녀의 초등학교 근처
민 씨 종가 담장 너머로
하얗게 앵두꽃이 피었습니다.
이 앵두나무는
키는 작지만 오래되었는지
보통의 앵두나무보다
고목 같은 느낌의 나무여서
기와지붕의 낮은 담장과
참 잘 어울립니다.
앵두꽃은 닮은꼴의 봄꽃들 중
매화나 살구꽃 그리고 벚꽃처럼
화려하거나 멋진 꽃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시골의 정감이 느껴지는
서민적인 봄꽃입니다.
하얀 꽃이 지면
꽃 진 자리에
지나간 봄을 가슴에 안고
붉은 앵두가 하나씩 매달립니다.
앵두꽃에 관한 시를 찾다가
조용미 시인의 시 한 편을 읽었습니다.
쉽지 않은 시 같아
몇 번을 읽고
장석주 시인이 쓴 선문답 같은 해설도 읽었습니다.
그래도 깊은 뜻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라는 구절은
가슴에 와닿습니다.
이 봄
내가 꽃나무 앞에 자주 머무르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요?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 조용미
꽃 피운 앵두나무 앞에 나는 오래도록 서 있다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부암동 自沙室은 숲 그늘 깊어
물 없고 풀만 파릇한 연못과 돌계단과 주춧돌 몇 남아 있는 곳
한 나무는 꽃을 가득 피우고 섰고
꽃이 듬성한 나무는 나를 붙잡고 서 있다
이쪽과 한끝과 저쪽 한켠의 아래 서 있는
두 그루 꽃 피운 앵두나무는
나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아주 가깝지 않게 떨어져 있는데
바람 불면 다 떨구어버릴 꽃잎을 위태로이 달고 섰는
듬성듬성한 앵두나무 앞에서 나는
멀거니 저쪽 앵두나무를 바라보네
숨은 듯 있는 별서의 앵두나무 두 그루는
무슨 일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네
한 나무는 가득, 한 나무는 듬성듬성
나는 두 나무 사이의 한 지점으로 가서 가까운 꽃나무와
먼 꽃나무를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네
앵두가 열리려면 저 꽃이 다 떨어져야 할 텐데
두 그루 앵두나무 사이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을
나는 어디에 물어야 할지
무슨 부끄러움 같은 것이 내게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
*이 시에 대한 장석주 시인의 설명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세요.
https://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0812100020
#봄 #앵두꽃 #외손녀_초등학교_앞 #선문답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