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에-14

수선화

by 박용기
120_9046-s-At spring-14.jpg 이 봄에-14, 수선화


카페의 작은 화병에 꽂아놓은
수선화 한 송이


이제는 전성기의 모습은 사라지고

늙고 주름진 얼굴이지만

곧은 기품이

또 다른 멋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꽃을 보면서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가 떠올랐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시인의 말을 전해주고 싶은 수선화 한 송이입니다.


기품을 잃지 않고 나이 들어가는 일,

삶의 깊이가 배어 나오는 모습으로 늙어가는 잃

이 꽃을 보면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기도입니다.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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